저는 어젯밤 007작전을 방불케 하는 귀가전쟁을 벌였답니다.
저와 동행했던 후배가 창원에 사는 바람에 해운대에 새벽 1시에 떨어진 다음 다시 창원 갈 궁리를 하느라고 좀 그랬죠.
그런데 역시 자본주의 사회라 경제가 문제를 해결하더군요. 택시타고 갔슴다(연변총각 버전으로 읽어주세요^^)
모처럼 이 게시판에서 농담할 기분이 생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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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울산에서 밥꽃양 영화의 주인공들을 만나보았습니다.
최종희 위원장님을 비롯해서, 화면속에서 자신의 생의 가장 치열했던 순간을 우리 관객들과 공유하게 해준 그분들의, 다들 조금씩 여위어 있는 모습을 만나니 정말 입이 제대로 안 떨어지더군요.
어제 시사회가 어쩌면 마지막 상영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염려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생각도 듭니다.
이제, 어떤 영화인지를 다 알았어요.
보지도 않고 일부 사람들이 느끼던 공포는 해소된 셈이지요.
남은 것은 울산인권연대의, 그리고 그분들에게 염려와 의혹을 전한 문제제기자들의 각성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영화가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한 집중일 뿐입니다.
문제의 가장 중심에는 원직복직문제가 있지요. 어떤 식당노조원 아줌마의 말씀처럼, 가장 약한 고리라 할 수 있는 여성의 노동을 분리시켜 하청으로 만들면 그 다음엔 순차적으로 다른 구조도 하청화됩니다. 자본은 노동자가 거대단위로 조직되는 것을 윈치 않는데, 정리해고의 또는 하청화의 수용은 거대단위를 작게 쪼개는 일을 선례로 만든 첫단추가 되는군요.
아직 노동자들은--나아가 우리나라 전체 국민들은, 저를 포함해서-- 작은 단위들끼리 상호주체성을 존중하면서 연대하는 일에 연습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주체가 되는 연습이 덜 되었고요. 이런 상황에서 나뉘어진다는 것은 무력해진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우선 당장은 원직복직에 대한 노조지도부의 의지는, 노동자들이 자본가와 대등하게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 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저는 여기에 또 다른 어떤 것이 있다고 느낍니다.
이 영화는 종래의 다큐들과 참 다르게 찍혀 있지요?
다르게 찍을 수밖에 없고 또 다르게 찍힐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힘이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마이크를 차지하고 말하는 사람들의 말 뒤로 끊임없이 치고 들어오는 수많은 소리들이 있고,
사랑과 분노를 담아 꼼꼼하게 현장을 기록하던 카메라의 빼어난 직관이 있고,
자기자신의 삶의 한복판에서 가장 절실하게 말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눈물보다 더 치열하고 뜨거운 언어들이 있고,
놓쳐서는 안될 진실들이, 때로는 무의식의 인도로 정말 우연히도 포착된 순간들을 찾아내기 위하여 과거로 되돌아가고 또 되돌아가는 제작팀의 수많은 시간과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 고민은 이제 관객들이, 그리고 현대자동차 조합원과 지도부가, 더 나아가 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해야만 할 우리들이 다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노동이 인간존재를 규정하던 근대라는 패러다임이 부정당하고 변화를 겪고 있는 이 세상에서 노동 이외의 방법을 허락받지 못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이제는 정말 바닥에서부터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그 고민을 허술히 할 때 사람이 노동의 도구가 되는 시대가 가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일자리가 없는, 또는 조직이 보호하지 않는 사람들의 존엄성은 벼러지는 도구와 함께 폐기되어버립니다. 사람은 도구가 아니라 버려지면 안되는데도 말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고민의 시작, 그 고민의 실마리를 자기를 지키고자 싸우는 사람들의 힘에서부터 찾아봅시다. 그리고 실패한 성처에서 교훈을 얻읍시다.
시대는 저절로, 또는 선진국의 학자들이 예언하고 정책입안자들이 기획한 대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어떤 시대로 가야겠다고 하는 우리들 자신의 강렬하고 결정적인 열망이 만들어낸다고 생각합니다. 그 고민을 타인들에게 양도하고 우리 자신을 스스로 낮은 자로 만들고 뒤따라가는 자로 만들 때 우리 운명이 남의 손에 있게 되는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이헌구 위원장께서 이 영화를 대대적으로 조합원들을 위해 상영해 주시기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 영화는, 제 소견입니다만,
노동조합--즉 노동자들의 조합--의 미래형을 찾아내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사람들에게 잘 알게 해줄 것 같습니다.
현자노조가 이 고민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시체말로 끝내주는 일일까, 이런 생각을 하니 괜히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그 고민을 시작해 버릴 때 그토록 어렵게 느껴지던 밥하는 아줌마들의 노동에 대한 평가와 대접도 아마 풀려나갈 것입니다.
울산에서 현자노조의 적극적 후원을 받으며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에 대해 말하는 일이 한국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모두가 인식하게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