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NET 게시판 아카이브
maybbs 백업 데이터로 복원한 읽기 전용 정적 게시판 (2018-09-23 백업 기준)
작품을 보고...
🏠 홈으로|전체 게시판 > 작품을 보고... > 게시글
우리의 희생이 후손에 전해집니까?
운동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던 어느 날
선배에게 질문한 적이 있었다
우린 뭐냐고?
우린 도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는거냐고?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오기는 하는거냐고?

선배는 말했다.
그냥 우린 무명일 뿐이라고,
죽을때 그저 그래도 할일을 했다고 희미하게나마 웃으면서
죽는거라고...

무명이라니...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었다
그리고 충격적이었다

한번도 뭔가가 되기 위해서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속엔 그런 욕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도 무명같은 마음으로 살고 있지 못하지만
무명이 아니고 싶은 마음을 탓할 수 있는 이는 없을게다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란 물음은
그대로 '무엇을 위한 타협이었나'란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분들이 '왜 내가 희생되어야 했나' 라고 묻는 것은
'왜 너가 아닌 나인가' 가 아니라
무엇을 위한 희생이었는지, 그 희생은 온당한 것이었는지
그런 물음들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삶을 아무 댓가없이 희생시키진 않는다
그 댓가라는 것이 다 다른 모양과 가치를 지니기는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희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나름대로 알고는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머니들은 '전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채 당한 일은
천재지변 아니면 폭력이다
폭력적인 너무나 폭력적인 상황 앞에서
아주머니들이 끝까지 싸울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은
필연이겠지만, 그럼에도 용기였다

그런 아주머니들의 용기로 인해 우리는
노동운동과 우리의 삶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받았다
그리고 아주머니들은 더이상 무명이 아니게 되었다
적어도 내 가슴속에서 현대자동차 식당여성노동자들의 자리는
특별하게 각인되어 있으므로...
댓글 / 답글 (0)
등록된 댓글(답글)이 없습니다.
🏠 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