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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깨는 영화 <밥 꽃 양>을 보고
글쓴날 : 2001-12-06 16:42:49
글쓴이 : 펌 조회 : 116
제목: [김진현]나를 깨는 영화 <밥 꽃 양>을 보고


김진현 Access : 18 , Lines : 7
나를 깨는 영화 <밥꽃양>을 보고


나는 내가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서 매우 관대하다고 생각해 왔었다. 다

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나라면 그들을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는 아

주 이상한 자기 합리화를 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금요일 밥꽃양을 보고 난

후 내가 관대 했던 이유는 내가 그들에 대해서 무지 했기 때문이란 것을 깨

달았다. 솔직히 나는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볼 기회도 이야기 해 볼 기회도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그들의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나의 억측일 뿐이었

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나는 한없이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그들의 안타까

운 현실에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밥꽃양은 울산의 현대 자동차에서 식당 일을 하고 계시는 아주머니들의 정

리해고에 대한 투쟁기이다. 저녁 5시 30분, 본관 대 강당에서 나는 내 정신

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영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스크린은 아주머니들의 아

우성으로 매우 시끄럽다. “누구를 위해서 합니까? 내 자신을 위해

서........ 투쟁은 나 자신을 위해서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남을 위해

서 였습니다. ” 15년을 바쳐 투자한 직장으로부터는 경멸과 멸시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아줌마는 울부짖었다. 수 십년이란 세월동안 밥을 짓던

아줌마들이 이제는 격렬한 혁명투사가 되어 있었다. 식당에서 밥을 짓는 아

줌마들도 정확한 자기 논리를 가지고 있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

들이었다.



하지만 현대라는 대기업과 투쟁을 하면서도 현대를 빼면 갈 곳이 없다는 입

으로 말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말해야만 하는 아줌마 들이었다. 당장 자신

의 아들이 사회에 입문했을 때 대기업들을 무시 할 수 없다는 아줌마의 발

음 부정확한 외침은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대기업의 횡포. 나에게는

교과서 적인 이야기일 뿐이었는데 그들에게는 그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대기업의 문제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노동조합지도자들의 태도였다.

적어도 그들은 기업의 입장이기 보다는 노동운동을 해 왔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줌마들의 동료가 아니라 아줌마들이 넘어야할 또 다른 산

이었다. 정리 해고를 두고 감독은 11만평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이루어지

는 연극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기업은 정리 해고를 단행 하기 전에 이미 만

명이라는 사람이 스스로 직장을 그만 두게 만들고 난 후, 정리 해고를 이제

는 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분상의 정리 해고자가 필요 했다. 그러

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위원회의 싸인 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아줌마들

이 희생되었다. 노조는 신 노사문화를 창출한다는 언론의 타이틀을 등에

업고 아줌마들의 정리 해고를 받아들였다. 이제까지 다른 노동자들에게 자

신은 끝까지 투쟁하겠다던 김광식 노조 위원장이 언론여기저기서 노동 문제

의 신옥동자로 추앙받기 시작 했다.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다. 이해할 수

가 없었다. 노동 조합원들에게 투쟁을 연신 외쳐대던 위원장이었는데 갑자

기 카메라 앞에서 이상한 말을 해 대고 있었다. 어떤 고위 관리와 악수를

하며 카메라 앞에 얼굴을 들이미는 그 파렴치한 모습이 머리를 한바탕 휘젓

고 갔다. 그가 협상에서 나오는데 사람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던 장면이 기억

난다. 그냥 지켜 보기만 하는 입장에서도 김이 빠지는 데 그렇게 뜨거운 여

름내내 싸우던 그들은 오죽 했을까.......




노조는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서 아줌마들의 희생을 요구한다. 그런데 그것

이 과연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것이었을까? 내가 볼 때 그것은 해결이라기

보다는 사건의 은폐에 가까웠다. 투쟁을 단지 어떤 소수의 이익에 의해 묻

어두려는 것만 같아 보였다. 그렇게 아줌마들은 정리 해고당했고 같은 식

당에서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서도 이젠 하청업체로 전락 하고 만다. 같은

일터, 같은 직장에서 일하면서도 같은 동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상한 관

계......,, 같이 싸웠는데 왜 아줌마들만 무시를 당해야하는 현실이 안타

까웠다. 아줌마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에 대해서 끝없이 회의 했을 것이다.

여성이고 노동조합에 대해 무지 했기 때문에 부당한 정리 해고를 당한 것이

었다. 뒤늦게 깨달은 아줌마들이 회사에 복직을 요구하면 투쟁을 다시 시

작 하지만 그들의 발목을 먼저 붙잡는 것은 회사가 아닌 노동 조합의 지도

부였다. 기업을 상대로 노동 조합자들은 싸우고 나선 다시 그들 보다 약자

인 아줌마들을 억압하는 것이다. 그들이 아줌마들의 주장을 들어주지 못하

는 이유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행동은 잘 못 되

었다. 아줌마들이 13일 이상을 단식하는데도 아줌마들의 주장은 먹혀 들어

가지 않는다. 아예 무시를 하는 것이다. 아줌마들은 매우 절박한데 그들에

겐 그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나 보다. 약간의 귀찮음만이 느껴질 뿐이다.

어서 아줌마들을 잘 구슬려서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란다. 이

상태에서 문제가 어떻게 해결 될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고 너무 화가 났다. 영화는 이 상태에서 어떤 결론도 없이 끝이 났다.


영화가 끝이 났는데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우리가 자유국가라고 부르

짓는 이 곳에서 과연 저런 노동운동이 정당할까 의심이 들었다. 노동운동

이 합법화 되어있어도 현실은 그것이 은폐되는 이상한 사회. 그리고 그런

노동운동의 자유가 있어도 그것마저 보장 받지 못하는 사회약자들. 영화를

보고 나서 예전에 신문에서 떠들던 노사정이 얼마나 허울 좋은 거짓말이었

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은연중에 생각 해온 잘못된 생각들을

반성할 수 있었다. 아줌마들이 똑똑한 목소리로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 무

척 놀랐었다. 내가 무의식중에 생각하던 식당아줌마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

문이다.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도 식당아줌마라면 은근히 무시했

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이런 영화가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도 많이 보여지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의식을 많이 깨는 계기 가 되었으

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관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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