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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게시물 번호: 3671
글쓴날 : 2001-12-06 13:23:22
글쓴이 : 펌 조회 : 34
제목: [김동현]이 세상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김동현 Access : 6 , Lines : 11
이 세상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영화 내내 눈물이 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흘린 눈물이었다.
영화 속 아줌마들이 우리 어머니로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도 그들처럼 많은 고생을 하신 분인지라
더욱 더 그분들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픽션이 아니라 실제 아주머니들의 경험을 담은 것이라
더 크게 감동받은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 진정한 다큐멘터리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라 할 수 있겠다.


극장에 내걸린 재미있는 영화만 보러 다닌 나였기에,
그러한 딱딱한 주제를 가진 다큐멘터리를 보고
무슨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했다.

그런데 2시간이 훨씬 넘는 영화를 보고 나서
집으로 올 때까지 영화 속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떠나지 않았다.
영화를 다보고 감독과의 대화시간도 있었는데

사실 태어나서 영화감독이라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감독이 영화를 설명해 주니까 좀더 이해가 잘되었다.
영화 속 영상과 감독의 설명이 머릿속에 맴돈다.

영화 속 아줌마들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러한 투쟁을 하는지에 생각해 보았다.
사실 처음에는 회사에서 해고 시키면
다른 일자리를 찾으면 되지 저렇게 까지 해서 굳이
저 회사에 남아 있으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정리해고 당하는 다른 관리직 및 현장 노동자들도
경쟁사회에서 능력이 쳐져서 당연히 도태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 험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강하고 힘센 자가 되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생각들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영화를 보면서 새삼 깨달았다.

난 이 영화 속의 장면들이 너무 익숙했었다.
군대 시절 전투 경찰에 소속 되어 영화의 무대가 되는
98년 당시 현대자동차 시위 진압에도 있었고,
그외 숱한 노동운동 현장에 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저 아줌마, 아저씨 때문에
내가 이 고생을 하는구나하고
마음속으로 원망도 많이 했었다.

단지 국가의 부름을 받고 진압복 입고 헬멧 쓰고
그 앞에 서 있는 것뿐인데 우리를 적으로 여기다시피
사정없이 때리고 못살게 굴었다.

그러는 동안에 안좋은 감정들이 생겨 노동운동하면
나쁜 이미지부터 떠올리게 되었다.

하긴 그땐 내가 그 분들의 생각을 이해할 만큼 성숙하지 못했었다.
지금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긴 한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당장 생존권이 달린,
그것도 이유 없이 직장을 잃어버린다면 나라도 당장
머리에 띠 매고 회사랑 싸우러 나갈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노동운동자들 중에서도 소외된
밥짓는 아줌마들에 초점을 맞춰 영화가 전개되고 있었는데
거기서 우리 사회의 여성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난 사실 남자이기 때문에 남성우월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다.
법적으로 평등을 보장받고 남자가 보기에는 여성운동하는 여자들을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는 남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중의 한명이 아마 나일 것이다.
이제는 약간 생각이 바뀌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 사회는 여자들이 살기에는 너무 힘든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여자로 태어나서 결혼하고 죽을 때까지 남자들에게 얽매이고
억눌린 삶을 사는 것 같다.

어느 곳에서나 남녀 평등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리해고 1순위도 어디서나 결혼한 여성들이다.
그리고 다른 남성들보다 더 많이 배우고 능력이 있어도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인 듯싶다.

좀더 사회 다양한 부분에서 여성을 좀더 우대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영화 시작 부분에 술 취한 아줌마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들 둘이나 낳아줬는데... 여자로 태어나 그 힘든 공장 노동을 하고
집에서는 엄마역할, 부인역할 그리고 며느리 역할까지 정말 힘든데
남편에게 성적으로 만족 시켜주지 못하는 이유 때문에 이혼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안타까웠다. 정말 만능 수퍼 우먼이 되어야 이 한국 사회에서
인정받고 살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의 여성들이 남성들과 평등하게 어울려 사는
그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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