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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의지. 아줌마..
게시물 번호: 3646
글쓴날 : 2001-12-05 21:51:04
글쓴이 : 펌 조회 : 104
제목: [이정현]용기. 의지. 아줌마..

이정현 Access : 10 , Lines : 10
.. 밥.꽃.양을 보고....

용기.의지. 아줌마...


영화를 보고 난 후 내 자신에게 질문해 보았다.
이정현, 네가 만약에 노조 위원장의 위치에 있었다면
넌 어떻게 했을까?

밥 짓는 아줌마를 위해 회사측과 힘든 싸움을 계속 했을까?
...... 함부로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흔히들 자리가 사람을 바꾸어 놓는 다고 하듯이
어떤 지위가 되면 그 지위에 알맞은 행동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모순된 모습을 보이는 노조 집행부 사람들.
무턱대고 그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조금이나마 들었다.

모든 사람들은 다들 자기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노조 집행부란 자리는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해서는 안 되는 자리인 것 같다.

노조의 대표들인 그들은 노조원 한 명 한 명의
이해 관계까지 생각해야 되는 그런 의무가 있는
자리인 것이다.

노조원들은 그들을 진정으로 노조원 모두를 대표하는
그들을 믿고 있고 회사와 노조원의 편의와 권리 주장을
위해 싸울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영화를 보며 나를 깨운 한 마디가 있었다.
"우리도 같은 노조비를 내는데,
우리도 같이 투쟁했었는데... "
울먹이는 아줌마의 한마디 ..
나는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 역시 은연중에 아줌마들을 살면서
많이 무시해 왔던 것 같다.

특히 밥 짓는 아줌마라면 아무런 기술도
없을 것이고 많이 못 배워 무식할 것이라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그 동안의 아줌마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끝까지 노조 지도부와 싸워 복직을 꼭 해라고
영화를 보는 동안 나도 몰래 아줌마들과 같이 투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말 삶에는 안 중요한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꽃.양.... 처음 이 제목을 들었을 때
무슨 뜻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어떤 거창한 말의 약어일까?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내포한 이 제목에서
난 영화를 보기 전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본 지금
밥.꽃.양이란 제목은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다.



이 영화는 하나의 구조를 지니고 있었는데
그것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 어지는 가운데
앞의 피해자가 뒤의 가해자로 변하는 것이었다.

회사와 노조.
어렸을 적부터 티비나 어른들로부터 많이 들어 왔던 얘기다.
항상 어떤 회사의 파업 얘기는 신문의 헤드 라인이 되고
뉴스에선 젤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어린 방관자의 맘에 나는 우리 나라의 미래를 위해선
이런 노동 운동은 사라져야 하고 파업은 경제적으로 손실이라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솔직히 IMF당시 반드시 정리해고는 그 필요성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지만
자신의 일이 아니다 보니 방관적으로 타인의 일을
바라보게 되었고 또한 자신을 정부와 같은 위치에서
노동 문제들을 바라보지는 않았나 생각하게 된다.

수업시간 배웠던 동일자와 타자와의 관계.
이 걸로 위의 나의 생각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다른 노동 영화와는 달리 같은 위치에서
있을 것이고 같은 생각으로 서로 도와가며 나갈 것이라
생각했던 노조 속의 일을 다루고 있다.

앞의 회사와 노조와의 싸움은 이런 뒤의 노조 지도부와
밥 아줌마들과의 관계를 더욱더 잘 들어내 주기 위한 것이다.
소수이고 왠지 별로 중요치 않은 것 같기에 아줌마들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그들과 같은 동지이기 보다
한 단계 아래로 생각되었던 것 같다.

첨엔 아줌마들의 투쟁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 같아
넘 속상했다. 원직 복직이 그토록 힘든 일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물론 회사 나름대로의 논리와 이유가 있겠지만
노조 집행부에서 이를 계속 불가능하다며 어쩔 수 없다고
나올 때는 너무 화가 났다.

그럼 2000명이 정리해고를 당한 사건은
다시 회복 가능하고 불과
144명의 복직은 불가능하단 말인가.

언제부터 그토록 합의서를 그들은 따랐던가..
그들의 이기심에 너무나 화가 났다.

물론 사람이기에 이기심은 있기 마련이나 적어도 그들만은
다른 조합원들을 챙기고 위해야 할 것이 아닌가..
아줌마들의 절규가 나에겐 물론 그들에게도 살아가는 동안
많은 죄책감에 시달리게 할 것이고 가슴 한 구석에
찝찝한 감정을 평생 느끼게 할 것이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단식 투쟁 ,
나체로까지 돌진했던 피해자 밥 아줌마들.
그들의 투쟁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값어치 있는 것이다.

이런 투쟁을 통해 노동 조합 안에서의 노조의 관계가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서 난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깨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내 머리 속은 왠지
그전에 있던 것이 다 날아가버린 것 처럼
텅 비어버린 채 난 멍하니 있었다.

문득 나의 98년이 떠올랐다.
이제 고등학교 1학년,
그때도 어렴풋이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 기사를
신문에서 봤던 것 같다.

그 당시 내겐 현대가 1000명을 자르던 2000명을 자르던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내겐 중요치 않으며 우리 가족 누구도
현대에 다니지 않기에...

대학을 와서 내 삶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라면
많은 운동들이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고 이런 일들이
결코 내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예전부터
김대중은 별로 인식이 좋지 않았고 이회창에 대한 믿음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지난 대선을 치룰 때도 이회창이 지게 되어 많이
아쉬웠던 것같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이회창 총재를 비난하는 글들을
대학에선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많이 몰랐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대학에서도 우익이 있나요? "
감독님의 말씀이 뇌리를 스친다.

사고가 자유롭고 어디에도 구속 받지 않는 대학생.
하지만 사회 전반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지식인이라는
감독님의 말에 나는 부끄럼을 느꼈다.

대학을 다니는 나는 다른 사람들 보다 좀 더
사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고 느낀다.
내가 배운 것들을 사회에 다 환산해 야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가족부터라도 내가 듣고 본 사실들을 알려서
그들부터 조금이나마 깨칠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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