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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꽃.양 - 들어주지 않는 외침.

게시물 번호: 3554
글쓴날 : 2001-12-02 21:56:13
글쓴이 : 김보연펌 조회 : 109
제목: 밥.꽃.양 - 들어주지 않는 외침.


우리는 익숙하다.
신문 지상의 세련된 활자, 깔끔한 TV영상.
세상의 혼재된 수많은 모습 중 여태껏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부분의 대부분은 이러한 깔끔함과 세련됨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세련됨 속의 삭제된 촌스러움, 깔끔함 속에 배제된 투박함.
이 영화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들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경고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배제된 부분들을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충격을 주었다.

두시간이 넘는 영화 중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장면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한 아주머니의 절규 같은 외침이었다. 특정 신문을 향한 그 아주머니의 “우리편을 들어달란 것은 아니다. 단지 공정하게만 써달라.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사실을 알게 해달라.”는 외침은 영화가 끝나고도 그 아줌마의 모습과 함께 눈앞에 아른거렸다.

왜 언론에선 아줌마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지 않는 것인가?
아줌마들은 왜 무시당해야 하고, 희생되어야 하는가.

문득 고등학교 2학년 때, 타이타닉을 보고 나와서 분개했던 기억이 났다. 배에 물이 차 들어갔지만 구명 보트가 부족해 누군가는 죽어야했다. 누군가는 희생당해야했다. 하지만 ‘희생’이란 단어조차 사치스런 사람들이 있었다. 배의 가장 아랫 칸에서 끊임없이 석탄을 떼던 사람들, 식당에서 일하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목숨은 무시된 채, 특정 남녀, 두 주인공의 사랑과 주인공 남자의 희생에만 초점이 맞춰짐이 화가 났었다. 밥.꽃.양. 이 영화를 보고 느꼈던 억울함과 슬픔이 그때의 그 감정과 일치됨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타이타닉의 석탄 떼던 사람들과 밥.꽃.양의 밥하는 아줌마들. 그들의 공통점은 사회적 약자라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 약자이기에 그들은 희생양이 되었고, 사회의 강자란 사람들은 약자의 삶을 아주 자연스럽게(무섭다) 짓밟았다. 특히 그 ‘강자‘라 함이 절대강자가 아니라 상대적 강자라는 것이 더욱 섬뜩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내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나 역시 어느 순간 어떤 이에게 상대적인 강자가 되었을 때 내가 분노했던 그들과 같은 행동을 자행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반드시 생각 해보아야 할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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