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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 남성들의 자화상일지도...!!! (작품감상문)
글쓴날 : 2001-11-17 22:07:12
글쓴이 : 메뚜기 조회 : 138
제목: 이건 우리 남성들의 자화상일지도...!!! (작품감상문)


이 글은 제가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는 잡지 월간[인물과 사상]에 독자투고로서 기고했던 글인데, 월인사가 이번 12월호에 특집으로 <밥,꽃,양>사건을 꾸민다고 하네요. 그래서, 그 기사와 관련글의 분량이 많아, 제 글은 싣지 못했답니다.

그래서, 그 글을 여기에 가져와봅니다.
(이건 울산근로자복지회관에서 시사회를 직접 보고 바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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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인권영화제

지난 8월달 울산인권영화제에서 각종 노동, 인권관련 영화를 상영하려고 한 도중에, 한 가지 사건이 터졌다.

영화제 주최측에서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의 기록을 담은 <밥,꽃,양>이라는 영화를 정식으로 상영하기 전에 미리 한번 보자고 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이에 <밥,꽃,양>제작팀에선 그 행위는 바로 사전검열이라 하여, 인권영화제에서 탈퇴하고 항의하기 시작하였다.

울산인권영화제 홈페이지에서는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끼리 격렬한 항의와 논쟁이 오갔고, 급기야는 홈피 자체는 물론 자유게시판까지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라넷측은 울산영화제측이 더이상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보고, 자신들이 스스로 게시판을 만들어서, 영화제주최측의 각성을 촉구하는 여론투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인권'을 내거는 영화인 만큼 영화제 여성부문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영화에 대하여 사전검열을 하려는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주최측이 만의 하나 염려하는 일(?)이 있다 하더라도 그 판단은 관객의 몫이지, 영화제집행부에서 임의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의 감동

나는 그동안에 오갔던 많은 말들과 게시판의 글들을 통하여, 내 나름대로의 입장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게 되었고, 그로 인해 라넷측이 시사회 형식으로 상영하는 영화를 보러 가게 되었다.

영화는 순간순간이 가쁘게 전개되었고, 무척 긴장감과 초조함과 슬픔을 주면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게 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한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것은 모두 실제 영상기록물이라 한다. 주인공도 실제고, 영화내용도 모두 실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연출한 것도 아닌 실제영상으로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참 놀라웠다.

아마 일반 대중영화와는 달리, 실지 우리의 삶을 담아서 표현하여 함께 느끼도록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제주최측과 노동운동지도부의 문제점

나는 이 영화를 보는 중간중간에 왜 주최측에서 영화를 사전에 보고 상영여부를 결정하려 했는지, 조금은 그 이유를 이해할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다 끝나고 영화의 말미내용을 보고 나니, 왜 무리하게 검열하려 했는지 이해가 안 가고 의아스러울 따름이었다.

무엇보다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그들의 대화회피와 라넷측에의 통보없는 일방적 공청회 결정이다. 문제의 발단이 된 당사자와 협의하고 상의하려 하지도 않고 공청회를 하겠다는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영화시사회 후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았고 이 일련의 사건과정들이 노혜경 교수님의 한겨레 기고와 인터넷 홍보 등으로 만방에 알려지고 있는데,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한 저 사람들의 심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내 생각엔 이 사건은 우리 일반사람들에게도 깊이 내면화된 여성에 대한 편견, 무시, 그리고 그로 인한 구조적 여성차별의 총체적 부패상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98년 정리해고의 한파가 닥쳤을 때, 절대 정리해고는 있을 수 없고 정부와 사용자와의 타협은 절대 기대하지 않는다던 현자노조(현대자동자주식회사 노동조함)의 지도부는, 결국 식당 아주머니들의 희생을 전제로 277명의 정리해고를 수용하게 되었다.
똑같이 조합비를 내고 누구보다도 열심히 싸워왔던 식당 아주머니들은 절대로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과정에 대한 명확하고 자세한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단행된 일이기 때문에, 그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였던 것이다.

설사 노동운동 지도부의 사정이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을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충분히 있었을 텐데, 그러한 노력은 하지 않은채 영화제 주최측과 한통속이 되어 영화상영까지 막으려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결단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좌파이념을 가진 사람으로서, 노동운동했던 사람들의 노고와 지금까지의 그 열정은 충분히 알고 지지를 보낸다.
하지만, 노동운동진영은 지금 스스로 뼈를 깍는 아픔으로 개혁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진보 속에 녹아있었던 여성에 대한 편견, 무시, 차별은 어떠한 이유로도 변명될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이 사건을 보고 함께 분노하고 있다.
이건 결국 노동운동의 장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소수자와 약자를 배제하고 희생양으로 삼는 운동은 어떤 이념을 내세우더라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의 남성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혹시 내 안의 여성차별의식이나 편견은 없는지,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여성을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였다.
이런 사건이 비단 노동운동에서만 일어난다고는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많은 남성들이 스스로 각성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현자노조 지도부와 복직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의 협상에서 아주머니들의 대표로 나온 분의 말이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사용자와 협상할 때 노동자의 입장을 내는 데 있어서는 노동자로서의 입장을 먼저 대변해야 한다. 미리 협상이 안 될 것을 염려하여 타협적인 안을 내놓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 그 아주머니는 스스로 무식하다고 그랬지만, 그리고 화려한 수사나 이론은 없지만, 가장 정당하고 옳은 발언을 했다. 더군다나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협상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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