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날 : 2001-11-13 14:42:07
글쓴이 : 유이영순 조회 : 149
제목: 밥.꽃.양 영화는 내게...
평등여성 회원 유이영순입니다. 전에 적어 두었던 '밥, 꽃, 양' 영화 감상을 올립니다.
<밥, 꽃, 양 영화는 내게...>
첫 장면, 중공업 노동자들의 순간을 포착한 코끝이 찡한 화상들이 바람 스치듯이 영상을 흘려보냈다.
가슴이 철렁했다.
아니 왜 내가 이러나! 벌써 옛일 갖고.........
그곳에서부터 시작되었나. 아님 그 이전부터 이미 출렁이고 있었나.
가슴 한복판에서 설움 같은 것이 밀려 오기 시작했다.
정리해고가 한창이던 98년, 나도 내 삶의 큰 문턱에 걸려 정리를 하고 있었던 때였다. 포기하면 포기한 삶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수 없듯이 또 다른 것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되는 삶의 모습처럼 나도 그 시기 뭔가를 선택했던 것 같다.
몰아치는 바람앞에 엎치락 뒤치락거리며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동경을 버리고 고요한 내면의 삶이란 색다른 인생을 내걸고 과거와 현재를 단절하고 3년을 시골에 묻혀 살아왔다.
정리해고가 많은 활동가들의 발목을 잡는 문제라면 나도 내 인생에 발목을 잡는 일이 있다.
그것은 운동적 삶에 대한 포기이다.
내게 있어서 밥.꽃.양은 여성문제가 아니었고, 굴절된 노동운동의 문제도 아니었던 것 같다.
현실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데, 소위 말해 역사라는 큰 수레바퀴는 그대로 돌고 있는데 나는 무엇을 부정하고 나를 정당화시켰던가?
밥.꽃.양은 내게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작은 것에서 전체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 한번도 저렇게 목숨걸고 치열하게 싸워보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구나'.
그래놓고 살만큼 다 살은 노인네 마냥 가슴속에 꿈과 설움과 열정을 묻혀 놓고 겨우겨우 살고 있구나.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부끄러워 훤한 곳으로 나가질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