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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 번호: 2322
글쓴날 : 2001-11-07 22:40:18
글쓴이 : 여주댁 조회 : 95
제목: 우리에게 말할 의무를 주는 - 밥꽃양
필름이 이제 다 올라왔네요
누군가 이 영화가 보여지는 것을 막기위해 그토록 애썼는데
이제 인터넷으로 올라왔으니 성공(?)한거 아니냐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시간 천원짜리 피시방에서 이제 2000원어치로 볼 수 있게 된게
축하할 일인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3년이 넘도록 피말리는 불면의 밤을 보내면서 고민하고
수백번 필름을 돌려보고
하도 보고 또 봐서 아무 생각도 안나다가도
어느날 문득 영상에 잡힌 표정 하나, 단어 하나에 울컥 눈물이 나고
심란해했을 라넷의 시간은 이제 끝난걸까요?
정리해고자의 아픔이 끝나지 않았듯이
이 게시판이 쳇바퀴처럼 돌아가듯이
세상도 싸움도 늘 처음으로 돌아오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라넷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르지요
그들은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의 서두를 꺼냈을뿐입니다
그동안 네티즌들은 그 서두와 문제제기에 대해
치열한 고민과 성찰을 통한 많은 좋은 글들을 올렸구요
아마도 그들은 진즉부터 이렇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을까요?
"왜 이렇게 된기고?"
"이게 무슨일이고 대체, 말 좀 해보자" 하구요...
얼마전에 '맨온더문'이란 비됴를 봤어요
유명한 미국의 코메디언 이야기인데
그 사람 내 보기엔 코메디언이 아니라 예술가더구만요
그가 가장 못참는 것은 관객들이 그냥 가만히 보고 있는 거였습니다
그는 최대한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로인해 관객들은 그에게 야유를 퍼붓든지 열광을 보내든지 자리를 뜨던지
아무튼 그냥 가만히는 안되는 거였어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 리포트를 떠올렸습니다
존재 내부의 저 깊은 곳을 건드리는게 예술작품 아닙니까?
이 영상리포트야말로 우리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예술작품입니다
라넷은 이 영상리포트을 통해 우리의 발목을 강하고도 은근하게 붙잡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영상리포트가 '말하게 해줄 의무에 관한 영화'라고 했지만
난 오히려 '우리에게 말할 의무를 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