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인권영화제에서 상영이 예정되어있던 밥.꽃.양에 대해 울산인권영화제 집행위에서 "특정장면에 대한 외부의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이유로 "사전에 작품을 보고 상영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에 대해 라넷(밥.꽃.양 제작팀)에서 사전에 작품을 보고 상영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사전검열이며, 이는 인권영화제의 정신에 맞지 않는 행위라고 판단해 상영거부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밥.꽃.양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98년도의 상황에 대해서 기억을 떠올려 보자. 1998년은 한 마디로 악몽 같은 한 해였다. 실업자가 거의 2백만 명에 육박했고, 노숙자가 사회문제로 떠올랐으며. 대통령이 70%가 살기 위해서는 30%가 희생해야 한다는 잔인한 말을 공공연하게 할 때였다. 그럴 때 재벌들은 대량해고를 감행했고. 이에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던 시기였다.
밥.꽃.양은 노동자들이 저항하던 시기 즉 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대한 기록이다. 식당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밥.꽃.양은 노노 갈등 더 자세히 말하자면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약하고 수가 적은 식당 노동자(여성)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 노조 집행부는 40여 일의 투쟁 끝에 277명 정리해고에 합의한다. 공교롭게도 277명은 식당 노동자의 숫자와 합치한다. 노조는 식당 노동자 전원을 정리해고 시키고 식당을 노조에서 하청 운영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133명의 식당 노동자들이 회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나머지 144명의 식당 노동자들은 전원 정리해고 돼서 하청노동자로 전락했다. 노조에서 운영하는...
울산 인권집행위에서 ' "특정장면에 대한 외부의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사전상영을 요구한 것은 명백한 사전검열 행위다. 만약 그 특정장면을 보고 외부의 문제제기가 타당하다고 집행위에서 판단했다면 밥.꽃.양을 상영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개최되는 인권영화제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다. 그러므로 집행위에서는 사전검열 행위에 대해 사과를 하고, 외부의 문제제기자가 누군인지 또는 어떤 집단인지를 밝혀야 한다.
회사와의 타협과정에서 보인 현대자동차 노조 간부들의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정리해고 되었던 생산직 노동자 133명은 전원 복직이 추진됐는데 식당 노동자들의 복직 요구는 노동조합에서 거부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절감하는 동시에 남성 중심적인 노동운동에 대한 반성을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밥.꽃.양을 계기로 우리는 98년도 상황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되돌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 사태는 98년도 정리해고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현대자동차는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이었다. 현대자동차에서 직원 4만5천명의 18%가 넘는 8189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나서자 노동조합에서 이에 반대하는 파업을 하면서 노사가 전면 격돌하는 상황이었다.
현대자동차가 강경 일변도로 나간 것은 정부의 역할이 컸다. 정부는 노사의 갈등에 일방적으로 사의 편을 들었다. 1만 명이 넘는 경찰을 현대차 주위에 배치해 공권력 투입을 공언하며 노조를 압박했으며. 파업을 빌미로 노조지도부에 대한 검거를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그것도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업무방해 등으로 말이다. 또한 중앙노동위가 현대차 쟁의조정신청 반려함으로써 불법파업으로 몰고 갔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노동조합과 회사간의 주장의 불일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노동쟁의 상태인지 아닌지를 구별하고 있다. (제2조참고) 문제는 우리나라 노동위원회의 편파적인 해석이다. 노동조합의 요구에 회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이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면 노동위원회는 교섭이 없어서 주장이 없고 그러므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가 아니라며 조정신청을 반려하는 것이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즉 회사가 교섭에 전혀 임하지 않아서 파업을 하면 불법 파업이 되는 것이다. (참고로 이런 상황일 때 언론에서는 노동자들이 대단한 잘못이라도 한 것인 양 불법파업을 강행하고 있다고 노동자들을 비난한다.)
나는 밥.꽃.양은 정리해고 중심의 구조조정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기업별 중심의 노동운동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기도 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밥.꽃.양은 소중한 작품이며 많은 곳에서 상영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