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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 아줌마들의 전쟁을 보며 염치없이 울었다
The Women's News [네티즌 칼럼]


[네티즌 칼럼]

아줌마들의 전쟁을 보며 염치없이 울었다


약육강식 사회 속 약자 이야기 <밥·꽃·양>


그날, 비가 왔다. 아침 일기예보는 언뜻 들었지만 보나마나 모양도 나지 않을 무늬만 비일 것이라 일축해 버린 오만을 탓하듯 제법 비답게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라 싫은 내색도 하지 못하고 덕분에 이대 정문을 통과해서 삼성관까지 후두둑 뛰어서 도착해 보니 우리가 일착이다. 스태프들은 무엇을 쓰고 부치고 하느라 바빠 보였고 시간이 남은 우리는 한가롭게 차를 마시기도 하다가 예매한 표를 교환하기 위해 “조선 미이∼워”라는 내 암호를 대고 세시 입장권을 받았다.

인터넷 예매자들은 좌석번호가 씌어진 로열석(?)에 앉았다. 사실 그리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다. 보면서 힘들 것이니까. 그러나… 봐야 했다.

시작부터 술 한잔으로 삭힌 ‘아줌마’의 말이 내 가슴을 후빈다. 계급(?)이 달라 그 사는 모양이 천차만별일지라도 ‘여자’임엔 틀림없는 사람들은 그녀의 풀린 목소리로 뱉어내는 여자의 이중고의 참담함을 아프게 공감하리라. 무식하고 야만스런 남자에게 존중이라는 말은 사치스럽다.

따라서 ‘부부강간법’이 하루빨리 시행되면 좋겠다. 하기는 그런 법이 있다해도 블루칼라 아줌마에게 ‘법’이란 것이 적용되기나 할까.

생존을 위한 아줌마들의 전쟁을 보면서 염치없이 울었다. 손수건으로 닦는 것이 부끄러워 턱으로 떨어질 때를 기다려 재빨리 훔쳐내야 했다.

뺨이 따끔거린다. 뛰는 사람들. 마치 5공 때의 군화 발을 연상시키듯 식당으로 돌진하는 사람들, 아귀처럼 커다란 입을 벌리고 뜨거운 김을 쏟아내는 식당 조리기구들과 배경음악 한 자락 없이 두드려대는 긴장된 도마소리, 가장들의 긴 한숨과 절박함 등을 보면서 동시에 그 당시 현대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되어 주가가 안정되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내 이기심까지 기억나고 보니 나는 머리 속까지 메슥거렸다.

약육강식. 동물의 왕국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의 나라엔 법이 있으나 그 법은 강자의 편이다. 약자는 사람답게 살 수 없는 나라, 그래서 서럽고 분통터지는 나라, 약자 중에서조차 여자는 하위의 약자이며 블루칼라 아줌마들은 최하위의 약자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나라. 그곳이 한국이다.

영화가 끝나고 굵어진 빗속을 뛰면서 메슥거리는 속을 냉면으로 채워서인지 덜덜 떨린다. 덕분에 며칠째 몸살로 헤맸다. <밥·꽃·양>은 내게 반성문을 강요한다. 하지만 나도 여자인데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뭘 어쨌다고.

뺑덕어멈



672호     02-04-12 오전 11:5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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