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RNET 게시판 아카이브
maybbs 백업 데이터로 복원한 읽기 전용 정적 게시판 (2018-09-23 백업 기준)
작품을 보고...
🏠 홈으로|전체 게시판 > 작품을 보고... > 게시글
역지사지...
자유게시판 -
게시물 번호: 2113
글쓴날 : 2001-11-03 23:06:18
글쓴이 : 블랙엔젤 조회 : 80
제목: 역지사지....


남의 입장에 서 본다는 것. 그것도 남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진실로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가 봅니다.

'어쩔 수 없다'

한쪽은 경영방책을 제고해보던지... 인력 활용에 있어 시간을 조절할지 월급을 조정할지, 다른 데 새어나가는 금액을 추스를 지, 정년퇴직?을 앞당길 지 아니면 해고의 기준을 새로 정하든지...

한쪽은 해고를 받아들이고 굶어 죽든지 말든지.

어느 쪽이 과연 '어쩔 수 없었'던 쪽인지.....

어느 쪽이 과연 '억울'한 쪽인지.....

너무나도 빤하게 보입니다. 이익을 좀더 챙기기 위한 사람과 죽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의 싸움이었으니까요. 나는, 우리나라가 참 조용하게 잘 돌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어디 외국 미개한 나라들은 맨날 내전이라든데, 하면서, 맨날, 길거리에서 싸움일어나고, 다치고 억울하고, 심지어는 파리 같은 데서도 테러가 많다던데 하면서. 우리나라는 우예이리 조용하고 평화로울꼬 하는 대단히 큰 착각을 했었더랬습니다.

그러나 그건 말 그대로 착각이었습니다. 내가 조선일보를 알게 되고 나서 "신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충격을 받았었는데, "밥꽃양"을 보고나서는 "우리나라가 평화롭다"는 왕착각에서 너무 크게 충격받고 벗어났습니다.
신문 앞에서 조합원 대표와 사측 대표가 웃으면서 악수하고 사진 플래쉬가 파파팡 터지는 곳의 문 밖에서는 그러한 타협에 발을 동동 구르며 식당노조분들은 울고 굶으며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우며 얻으려 했떤 것의 백분의 1도 안되는 것을 주고서는 그것이 타협이고 중재랍시고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앞에서 목놓아 울던 아주머니, 그러한 것을 그 어느 신문도 그 어느 방송도 실어주지 않아서 내가 몰랐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웃으면서 사진을 찍고, 이렇게 악수하면서 사진을 찍고, 이번엔 뒤로 돌아서서 반대쪽 기자들에게 사진을 찍게 하고, 활짝 활짝, 사측은 그렇다 치고 노조대표는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식당노조대표에게 어쩔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서는 과연 어느 쪽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인지.

우리나라는 평화로운 나라가 아니라 억울해 미치는 목소리들이 멀리 타고 나갈 수 없었던 나라에 불과했음을, 내가 짐작하고 예상하던 것보다 그것이 훨씬 더 심했음을. 그래서 그 약자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그들의 처지에 절망을 느끼고 압박해가는 자본가들에게 분노를 하면서도 어이없게도 한편으로는 나는 공부를 하고 노력을 하여서 기필코 저들같은 약자는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강자의 계층에 올라서서도 약자를 보호해주고 보살펴주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하겠지만 그것이 가능할지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조선일보의 기만에 분노하는 내가 그들을 닮은 삶을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요. 나는 그 뻔뻔한 강자들을 닮아가지는 않겠습니다. 나는 어쩌면 우파이겠습니다. 인간에 대한 아름다운 기대를 갖던 게바라와는 다르게 말입니다. 희생을 당해야 할 사람이 존재한다는 데까지는 어째 어째 동의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삶의 기본적인 요소들까지 내걸고 흥정하는 것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나는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것입니다. 삶의 바닥까지 흥정해야하는 그들의 삶을 살기는 싫지요. 당연히 싫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 얼마든지 서서 그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시장경제를 추구한다고 해도 그 시장이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 아름다운 시장이 되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천민자본주의가 잠식해버린 이곳이 얼마나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1등이라는 막강 조선일보도 흔들리게 할 수 있었는데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희망조차 버리면 안 되겠지요.

....

다시 밥꽃양으로 돌아가서....

정리해고의 칼날을 피하고 식당아줌마들의 단식을 외면했던 노동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8000명이 짤릴 뻔 했던데서 협상을 노련하게 잘 해서 200명 해고에서 그쳤다고 했나요. 8000명의 한명 한명이 모두가 200명중의 하나일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과연 그 협상이 최소한의 피해를 막은 잘된 협상일까요.
자신의 밥줄이 모두 빼앗겨도 7800명이 살았는데 하면서 억울함을 삼킬 수 있는 사람, 있습니까?

왜 식당노동자아줌마들이어야 했습니까...

밥도 먹지 않고 일 할 수 있습니까.. 당신들 노동은 모두 무쇠팔 무쇠다리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했나요. 자신의 노동이 밥 짓는 그들보다 가치롭다고 정녕 그렇게 믿는 겁니까...

영화 속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그런 말을 하십니다. 지네들도, 나도 똑같이 조합비 내고 똑같은 조합원인데 왜 사사건건 무시하고 시비를 거느냐. 밥을 많이 주면 돼지새끼냐 그러고 작게 주면 괭이밥이냐 그러고 노동에 지치고 일상에 지치고 회사측에 지치는 건 다 같은데, 더 약하고 멸시할 수 있는 존재를 찾아서 화풀이를 하는 것일까요.

밥꽃양...
정리해고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녕 함께 분노할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댓글 / 답글 (1)
↳ 블랙엔젤님의 글을 보고 용기를 내서
정현아2001-11-04 11:10
자유게시판 -
게시물 번호: 2130
글쓴날 : 2001-11-03 23:40:25
글쓴이 : 정현아 조회 : 59
제목: 블랙엔젤님의 글을 보고 용기를 내서


저도 영화를 보았습니다.
두시간이 넘도록 숨을 쉴수가 없었습니다.
혼자서 보는데도 조용히 고요하게 영화를 봤습니다.

98년도에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일입니다.

저희 회사도 한동안 잠잠하더니 요즘들어 정리해고네 감원이네합니다.
이미 한차례 바람으로 일세대라 말하던 사람들은 회사를 떠났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후에는 서로가 연락을 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저도,
회사를 그만둔 선배들도 연락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처음에 들려왔던 회사를 그만 둔 선배들의 풍문은 이제 들을수 없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선배들이 생각났습니다.
다들 젊은 나이였지만 다른곳에 취직을 하기엔 늦은 나이였습니다.
이런 저조차 밥꽃양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당사자들에겐 어떨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실은 저조차 감상평이라고 올리기에는 영화에만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블랙엔젤님이 쓰신 평을 보고 저도 제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다시 봐야겠습니다.









>>> Writer : 블랙엔젤
> 자유게시판 -
> 게시물 번호: 2113
> 글쓴날 : 2001-11-03 23:06:18
> 글쓴이 : 블랙엔젤 조회 : 80
> 제목: 역지사지....
>
>
> 남의 입장에 서 본다는 것. 그것도 남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진실로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가 봅니다.
>
> '어쩔 수 없다'
>
> 한쪽은 경영방책을 제고해보던지... 인력 활용에 있어 시간을 조절할지 월급을 조정할지, 다른 데 새어나가는 금액을 추스를 지, 정년퇴직?을 앞당길 지 아니면 해고의 기준을 새로 정하든지...
>
> 한쪽은 해고를 받아들이고 굶어 죽든지 말든지.
>
> 어느 쪽이 과연 '어쩔 수 없었'던 쪽인지.....
>
> 어느 쪽이 과연 '억울'한 쪽인지.....
>
> 너무나도 빤하게 보입니다. 이익을 좀더 챙기기 위한 사람과 죽지 않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들의 싸움이었으니까요. 나는, 우리나라가 참 조용하게 잘 돌아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어디 외국 미개한 나라들은 맨날 내전이라든데, 하면서, 맨날, 길거리에서 싸움일어나고, 다치고 억울하고, 심지어는 파리 같은 데서도 테러가 많다던데 하면서. 우리나라는 우예이리 조용하고 평화로울꼬 하는 대단히 큰 착각을 했었더랬습니다.
>
> 그러나 그건 말 그대로 착각이었습니다. 내가 조선일보를 알게 되고 나서 "신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는 충격을 받았었는데, "밥꽃양"을 보고나서는 "우리나라가 평화롭다"는 왕착각에서 너무 크게 충격받고 벗어났습니다.
> 신문 앞에서 조합원 대표와 사측 대표가 웃으면서 악수하고 사진 플래쉬가 파파팡 터지는 곳의 문 밖에서는 그러한 타협에 발을 동동 구르며 식당노조분들은 울고 굶으며 분노하고 있었습니다.
>
>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우며 얻으려 했떤 것의 백분의 1도 안되는 것을 주고서는 그것이 타협이고 중재랍시고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앞에서 목놓아 울던 아주머니, 그러한 것을 그 어느 신문도 그 어느 방송도 실어주지 않아서 내가 몰랐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
> 웃으면서 사진을 찍고, 이렇게 악수하면서 사진을 찍고, 이번엔 뒤로 돌아서서 반대쪽 기자들에게 사진을 찍게 하고, 활짝 활짝, 사측은 그렇다 치고 노조대표는 뭐가 좋아서 그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식당노조대표에게 어쩔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서는 과연 어느 쪽이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인지.
>
> 우리나라는 평화로운 나라가 아니라 억울해 미치는 목소리들이 멀리 타고 나갈 수 없었던 나라에 불과했음을, 내가 짐작하고 예상하던 것보다 그것이 훨씬 더 심했음을. 그래서 그 약자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고 그들의 처지에 절망을 느끼고 압박해가는 자본가들에게 분노를 하면서도 어이없게도 한편으로는 나는 공부를 하고 노력을 하여서 기필코 저들같은 약자는 되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 마음같아서는 강자의 계층에 올라서서도 약자를 보호해주고 보살펴주는 사람이 되고싶다고 하겠지만 그것이 가능할지 아닐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조선일보의 기만에 분노하는 내가 그들을 닮은 삶을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요. 나는 그 뻔뻔한 강자들을 닮아가지는 않겠습니다. 나는 어쩌면 우파이겠습니다. 인간에 대한 아름다운 기대를 갖던 게바라와는 다르게 말입니다. 희생을 당해야 할 사람이 존재한다는 데까지는 어째 어째 동의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삶의 기본적인 요소들까지 내걸고 흥정하는 것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
> 나는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것입니다. 삶의 바닥까지 흥정해야하는 그들의 삶을 살기는 싫지요. 당연히 싫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 얼마든지 서서 그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시장경제를 추구한다고 해도 그 시장이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 아름다운 시장이 되는데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천민자본주의가 잠식해버린 이곳이 얼마나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1등이라는 막강 조선일보도 흔들리게 할 수 있었는데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희망조차 버리면 안 되겠지요.
>
> ....
>
> 다시 밥꽃양으로 돌아가서....
>
> 정리해고의 칼날을 피하고 식당아줌마들의 단식을 외면했던 노동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
> 8000명이 짤릴 뻔 했던데서 협상을 노련하게 잘 해서 200명 해고에서 그쳤다고 했나요. 8000명의 한명 한명이 모두가 200명중의 하나일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과연 그 협상이 최소한의 피해를 막은 잘된 협상일까요.
> 자신의 밥줄이 모두 빼앗겨도 7800명이 살았는데 하면서 억울함을 삼킬 수 있는 사람, 있습니까?
>
> 왜 식당노동자아줌마들이어야 했습니까...
>
> 밥도 먹지 않고 일 할 수 있습니까.. 당신들 노동은 모두 무쇠팔 무쇠다리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했나요. 자신의 노동이 밥 짓는 그들보다 가치롭다고 정녕 그렇게 믿는 겁니까...
>
> 영화 속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그런 말을 하십니다. 지네들도, 나도 똑같이 조합비 내고 똑같은 조합원인데 왜 사사건건 무시하고 시비를 거느냐. 밥을 많이 주면 돼지새끼냐 그러고 작게 주면 괭이밥이냐 그러고 노동에 지치고 일상에 지치고 회사측에 지치는 건 다 같은데, 더 약하고 멸시할 수 있는 존재를 찾아서 화풀이를 하는 것일까요.
>
> 밥꽃양...
> 정리해고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녕 함께 분노할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
>
>
>
>

🏠 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