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꽃.양>의 울산상영을 지지합니다
울산인권영화제의
<밥.꽃.양>에 대한 검열 요구와 이에 대한 라넷의 거부 이후 게시판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수많은 논쟁과 항의가 있었습니다. 저희
달나라 딸세포에서도 이 일을 지켜보다가 게시판에 영화제 측에 해결을 위한 노력을 요구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성의
있는 답변도 없이 영화제 측에서는 외압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청회를 라넷을 제외한 채 일방적으로 공고하였고 이틀 후 이 사건을 걱정하는
개개인들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게시판이 영화제 측에 의해 강제로 폐쇄되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제는 열리지 않게 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이제 '표현의 자유 침해' 이전의 어떤 것들을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노동하는
노동자이면서도 언제라도 그만 둘 수 있는 부가적인 존재로서의 여성노동자. 여대생 실업. 비정규직 여성노동 증가. 노동력 저수지. 여성노동자 우선
해고. 이 모든 것들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밥.꽃.양>에 대한 그간의 외압과 음해들이 이
원칙에 관한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넷과 라넷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가 '인권영화제'에서 검열 없이 상영되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영화가 담고 있는 진실, 혹은 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진실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98년 현대자동차 노조에서 식당
여성노동자들의 싸움은 98년에 대해 '외압'이 제시하는 시각과는 다른 입장을 보여줄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싸움은 비단 98년 울산 뿐
아니라 내가 있는 공간에서 그리고 바로 나 자신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싸움이기도 합니다.
우리 스스로 98년 현대자동차 식당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과연 얼마만큼의 무게를 가지고 발언할 수 있을 것인지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밥.꽃.양>의 울산 상영을 지지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하고 싶습니다. '울산에서의 상영'이 많이
걱정됩니다. 그러나 그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현대자동차 식당 여성노동자의 입장에서 지난 투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얻는 것은 위험함보다
더 클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달나라 딸세포에서는 <밥.꽃.양>의 서울 상영에 적극적으로 연대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오늘
상영회 잘 하십시오.
2001.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