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꽃.양 은 상영되어야 한다.
** 지난 10월 17일 울산 MBC 라디오 방송 'MBC 패트롤' 시사칼럼에서 칼럼을 발표하고있는 울산참여연대 이수원
대표의 방송원고입니다.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사건이 전국의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이 있습니다. 신문 사회면에
대서특필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가 함축되어 있는 사안이라서 이 사건이 끼치는 내면의 파장은 매우 크고 심각한 것입니다.
9월달에 울산에서는 인권영화제가 개최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상영작 중에서 현대자동차 식당아줌마들의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다룬
밥꽃양이라는 영화가 사전검열의 논란으로 상영이 보류되고 급기야는 영화제 자체가 무산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인권과 평화를 위한 울산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의 사전시사후 상영이라는 매우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면서 우리 사회 소수자 특히, 사회적 약자인 여성노동자의 인권과 예술창작물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했고, 전국의 인권 및 여성단체와 문화단체들이 강력히 비판하면서 문제의 영화를 사전검열없이 상영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울산인권영화제의 주관단체인 울산인권운동연대는 인권운동단체입니다. 그런데 그런 단체가 정리해고에 맞서 싸운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록한
영화에 대해 사전 검열을 시도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랄 일입니다. 그러니 우리 나라의 대표적 인권운동 단체인 인권운동 사랑방이 울산인권영화제라는
명칭에서 인권이란 말을 뺄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할 것입니다.
울산시민이면 누구나 울산을 커다란 위기로
몰아넣었던 현대자동차의 1만여명에 이르는 대량 정리해고 사태를 대부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영상보고서 밥꽃양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일어났던 정리해고 과정에서 집단적으로 정리해고를 당한 식당아줌마들의 절규어린 목소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상기록물은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진 대재벌의 노동자 해고사태를 그 출발점으로 하고 있지만 동시에 정리해고 철회를 의해 투쟁한 노동조합이 해고노동자
인원을 놓고 회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식당아줌마들을 1차적인 해고대상으로 삼으면서 일어난 노동조합과 식당아줌마 사이의 갈등을 담고 있습니다.
대기업 남성노동자의 권익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노동자 식당아줌마들의 권익에 우선했던 사실은 노사교섭의 어려움 등 복잡한 현실제약을 감안한다해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영상보고서 밥꽃양은 이러한 갈등을 여과없이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울산인권영화제
주관단체인 울산인권운동연대로 하여금 사전시사를 하려한 이유였습니다. 그 의도가 비록 순수했을지 몰라도 결과는 억압된 인권문제를 영화제라는 형식을
빌어 우리 사회에 알리려는 인권영화제의 근본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고 우리 사회 약자인 여성노동자들의 인권을 억압한 것이었습니다.
영화제 집행위원회에 참가했던 단체들이 탈퇴를 결정하고, 전국의 단체와 학자들이 강력하게 밥꽃양의 울산상영을 요구했음에도
집행위원회는 공개적 토론장인 영화제 홈페이지를 폐쇠하고 문제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리는 태도는 규탄받아야 할 것입니다. 다행인 것은 문제가 된
밥꽃양 영상보고서가 오는 23일 근로복지회관에서 상영된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소수자 특히, 여성노동자들의 절규가 담긴 영상기록이 울산에서
상영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의 결과로 생각됩니다.
어떠한 권력이든 권력을 쥔 편의 권익을
우선하는 것이 하나의 생리일 것입니다. 그러나 권력이란 이름으로 사회적 약자를 억누르는 일이 적으면 적을수록 그 사회는 살만한 사회일 것입니다.
장애인이나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저소득층 등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어려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남을 돕는
일은 바로 자신을 돕는 일이라고 합니다. 울산시민들이 어려운 이웃들과 보다 깊은 애정을 나누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