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꽃양>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
97년 IMF이후 우리는 여성노동자들에게 행해진 무수한 폭력을 기억한다. 성차별적 정리해고라는, 계약직으로의 전환이라는. 극도로 팽배해진 가부장제의 망령이 우리 사회 전반을 뒤흔들던 참담한 기억들이다. 그 속에 소리 없이 울어야했고, 소리 없이 정든 직장을 떠나야만 했던 여성노동자들의 뒷모습이 있었다.
인권영화제라는 이름을 걸고 행해진 검열과 이어진 사이트 폐쇄 사태를 보며, 우리는 여성노동자들의 눈물과 고통의 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행위 조차도 우리 사회에서는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지향해왔던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는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투쟁한 지난했던 우리의 투쟁의 역사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특히나 권력에 대한 저항과 인간으로서의 존엄한 기본권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실현해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인 인권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는 인권영화제에서 이러한 행위가 일어났다는 점이 더욱 그러하다.노동운동에서의 여성노동자의 소외, 그리고 노동운동내의 가부장성에 대해 고발하는 <밥꽃양>이라는 영상물을 상영함에 있어 그토록 조심스러워야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현대자동차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은 또다른 영상물 [평행선]이 상영될 때마다, 그리고 <밥꽃양> 영상토론회장에서 이어져온 영상물에 대한 계속된 문제제기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부정부패한 권력과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자들에 저항하여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자 이들에 대한 폭력행위가 아니고 그 무엇인가.
현대자동차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들의 목소리와 이들이 처했던 상황을 담아낸 영상물의 상영은 검열과 외압으로 좌초되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추구하는 자유와 정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우리 진보운동은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다시는 이러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우리가 쌓아온 자유와 민주운동의 역사,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에 대한 끊이지 않았던 투쟁의 역사를 온전히 계승하도록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한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