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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오마이뉴스 기사 - 현자노조 위원장 인터뷰
제목없음 울산의 '권력' 현대차 노조위원장

[인터뷰] "영화 '밥·꽃·양' 상영 막지 않겠다"             박수원 기자 won@ohmynews.com

울산과 현대는 노동운동 역사에서 아주 각별하다. 이 둘을 빼고 민주노조운동을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울산은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전진기지였고 그 중심에는 현대 계열사 노조들이 있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민주노총은 합법화의 외피를 입었고, 노동운동은 이제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세력으로 성장했다.

무시할 수 없는 권력이 된 민주노총의 핵심 사업장으로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를 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민주노총과 금속연맹이 현대자동차 노조 눈치를 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 그 힘을 알만하다. 3만 8천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거대조직 현대자동차 노조.

특히 울산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최근 울산인권영화제에서 사전검열로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밥·꽃·양'문제 도 뒤집어 보면 현대자동차 노조 권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울산에서 운동을 고민한다는 사람들은 현대자동차 노조 권력 영향권 안에 있으며, 또 한편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 제10대 위원장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도 역시 그랬다. 현대자동차 노조 내의 주요한 4개 현장조직이 모두 선거에 참여했고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졌다. 결국 3대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이헌구(41) 씨가 52%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10월 10일 노조 위원장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는 그를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활동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킬 것은 지킨다"

현대자동차 노조 이헌구 위원장
ⓒ오마이뉴스 박수원
- 4명 후보가 나와 치열한 접전 끝에 위원장에 당선됐다. 승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선거 모토가 '지킬 것은 지킨다'였다. 조합원들이 믿을 수 있는 조직, 믿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한 갈구가 컸던 것 같다. 그게 바로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던 힘이었다고 생각한다."

- 위원장은 노조 내 현장조직 '민주노동자투쟁연대'(민노투)출신이다. 민노투는 어떤 조직인가.
"민노투가 설립된 지는 7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 '현대자동차 노동자신문', '미래를 여는 노동자회' 세 개 조직이 하나로 통합돼 만든 조직이다. 파벌과 분파가 횡행하는 속에서 현장에서는 '정치하는 놈들과 노동운동 하는 놈들이 똑같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런 불신을 깨고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민노투가 탄생했다. 참고로 이번 선거에는 '노동자연대투쟁위원회'(노사실리주의),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좌파), '실천하는 노동자회'(우파)가 후보를 냈다."

- 현대자동차 내의 정공, 판매, 정비 각각 따로 진행됐던 임금단체협상이 10대 집행부부터는 '통합임단협'으로 진행된다. 통합 임단협의 의미와 계획은.
"통합 임단협은 차 만드는 노동자, 차 파는 노동자, 차 고치는 노동자가 하나로 뭉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힘이 상당히 커지고 사회적 장악력이 높아질 수 있다. 노조 힘을 통해 능력이 닿는 만큼 통합 임단협 내용을 상향평준화 시키도록 노력하겠다."

- 선거에 참여했던 제조직들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현장 장악력을 높여낼 지 의문이다.
"단결과 연대는 지도자가 항상 고민하는 지점이다. 제 조직과 주변에 있는 진보세력과 함께 겸손과 성실을 무기로 가슴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풍모를 만들어 나가겠다. 지난번 대우차 투쟁 때문에 1박2일 경찰서에 있으면서 대우차노조 한 간부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정리해고를 1750명이나 당했지만 연대하지 못하는 원인을 그 간부는 '노조내 분파주의'라고 지적했다. 17개의 조직들이 회사에 줄을 대고 하나같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신뢰가 모아지지 않는다고 하더라. 교육과 헌신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현장조직들에 대해 최대한 열린 자세를 견지하겠다."

-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는데.
"저쪽은 할 것이고, 우리는 막을 것이다. 노동자들 힘이 센 것 같지만 한 꺼풀만 벗겨내면 파편화돼 있기 때문에 밀릴 수밖에 없다. 한가지 약속할 수 있는 사항은 역량에 맞게 최대한 막아내겠다는 것이다.

- 올 7월 5일 현대자동차 노조 총파업 철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어떻게 평가하나.
"이상욱 위원장(9대 위원장)도 고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도부가 '총파업을 진행할 수 있는 집행부는 우리밖에 없다'는 입장을 가지면서 전략, 전술에서 착오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총파업은 집요한 토론과정이 중요하다. 그리고 결정을 했다면 따라야 한다."

"지킬 것은 지키겠다" ⓒ 오마이뉴스 박수원
- 현대자동차 98년 정리해고 수용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스스로 정리해고 대상자였고, 옥상 철탑 위에서 30일 넘게 농성을 했다. 어쨌든 그 당시 상황을 보면서 '지도자의 판단이 참 많은 일들에 대해 영향을 미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정리해고를 수용한) 7대 노조 김광식 위원장은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이고 개인적인 친분도 있다. 최소한 김광식 위원장은 사고를 치거나 거래를 했을 사람은 아니다. 물론 한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자본과 정권의 총공세를 일개 노조가 막아내는 것은 말이 결사항전이지 죽을 각오가 아니면 힘들다."

- 98년 정리해고 과정에서 식당아주머니들이 가장 열심히 싸우고도 결국 희생양이 됐다. 10대 집행부에서 복직을 위해 노력할 의향이 없는지.
"식당 아주머니들 일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기업별 노조의 한계다. 현재 아줌마들 대부분 노조가 운영하는 식당에 남아 있고, 일부는 현장으로 갔다. 회사 입장은 하청운영이면 연봉 1500만원이면 되는데 2500만원씩 주면서 식당일 시킬 수 없다는 거였다. 어쨌든 아주머니들은 노조가 운영하는 식당에 남겠다고 결정했고, 조합원 자격으로 있겠다고 정리된 상태다."

"구조조정 막겠다"

- 식당아줌마들의 정리해고 과정을 다룬 영화 '밥·꽃·양' 울산 상영을 놓고 현대자동차 노조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창작의 자유 문제 아닌가. 보는 사람이 판단할 문제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영화나 만화나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위원장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위원장으로 있는 동안은 내용이 어떻든 문제삼지 않겠다."

- 현대자동차 노조 간부 가운데 금속연맹 여성간부를 성희롱한 사건과 노래방에서 삐삐로 아줌마를 호출해 어울렸던 일이 문제가 됐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자질이 없다고 판단되면 현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성희롱 문제가 됐던 동지는 사과를 했다고 들었고, 현장에서 열심히 일했다. 다시 기회를 주자는 의견이 있고 해서 노조 집행부로 일하기로 했다. 노래방 삐삐아줌마 사건은 당사자에게 들어보니 와전됐다고 하더라. 그러나 어쨌든 문제를 야기시켰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명확히 수용해야 한다."

-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중심에 섰던 대기업 노조가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돼 오히려 노동운동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걸 뛰어넘을 힘이 없는 게 문제다. 실제적으로 하고 싶어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받쳐줄 현장의 힘이나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내부적으로 발목 잡히고, 자본과 사측 공세에 질퍽거리고 있다. 이런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힘은 상부 지침이 아니라 지역에서부터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모아내는 것이다. 3년 이상 내다보고 현장 주도권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

- 현대자동차 하청노동자들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1만명 정도다.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조합원들에게 그런 생각이 없는 게 사실이다. 못된 조합원들도 있다. 하청노동자들 종 부리듯 하고, 방패막이로 생각한다. 그런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그런 마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하청문제 아무리 이야기해봐야 소용이 없다."

- 금속연맹 산별 조직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임기 내에 산별노조 전환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는데.
"산별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 독일 산별이 무슨 대안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고, 7-8%가 조직된 우리 나라에서 산별이 의미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진지전을 수행하기 위한 과제는 산별노조와 정치세력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상층부 중심의 산별노조가 아니라 조합원이 중심이 되는 산별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산별도 기득권 세력이 되고 만다. 여러 현장조직들과 활동가가 함께 고민할 때 현장이 원하는 산별이 가능하고, 그렇게 해야만 진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대기업 노조 질퍽거리고 있다"
ⓒ오마이뉴스 박수원
- 내년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정치역량을 발휘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지난 울산 북구선거와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정치세력화는 중요한 과제다. 정치는 우리 삶 구석구석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노조를 개선시키는데 만족하지 않고 정치를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선 조합원 교육과 홍보를 적극적으로 펼치겠다. 물론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갈등이 생기겠지만 그 내부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그룹을 지지하고 함께 해나갈 것이다."

- 민주노총이 탄압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노조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 해보지 않았다. 현장 목소리를 중시하고 그 목소리를 전달하면 민주노총 강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

취재를 마치고

'지킬 것은 지킨다'는 박카스 CF카피가 이헌구 위원장을 상징하는 선거모토가 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위원장들 대부분이 결정적인 순간에 직권조인으로 조합원들을 배신했던 것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그의 전력이 깨끗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그는 91년 3대 위원장에 당선되고 단 5개월만에 연말 성과급 투쟁으로 구속되는 불운을 겪은 바 있다.

부산성지공고를 졸업하고 대우조선에서 3년동안 용접공 생활을 하다가 86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이헌구 위원장. 그는 왜 노동운동을 하게 됐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15년 전쯤 참 못살았어요. 한달에 특근, 철야 8개씩 해도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내 삶에 대해 뭔가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싶었지요. 선천적인 반골 기질도 작용했던 것 같고...."

그는 인터뷰 중 '연대와 단결', '분파주의'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현재 노동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이 '분파주의'기 때문에 '연대와 단결'만이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이헌구 위원장은 원칙에 어긋난 일에 대해서는 양심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98년 정리해고 수용과정이나 함께 활동하기로 한 지도부 중 몇몇의 잘못에 대해서는 좀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이헌구 위원장의 말대로 현대자동차 노조의 영향력은 그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크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노조가 내리는 결정과 그 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곧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된다. 대공장 노조가 '대의'를 위한다고 한 결정이 때로 소수자인 식당아주머니들이나 하청노동자들의 삶을 옥죌 수도 있다. 또한 정리해고 인정처럼 전체 노동자들을 규정하는 일대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 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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