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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월간문화연대 10월호 - 식당아줌마 혹은 여성노동자 혹은 성적 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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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문화연대> 10월호글


식당아줌마 혹은 여성노동자 혹은 성적 소수자
변화의 힘은 바로 이 이름에 있다


고길섶 문화연대 편집실장


가을하늘에 분노가 치닫고 있다. 다른 곳도 아닌 '인권영화제'라는 데에서 사전검열을 시도했기 때문이다.(인권운동사랑방의 인권영화제와는 무관함). 제2회 울산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참여작으로 교섭한 <밥.꽃.양>(임인애 감독, 라넷 제작)을 사전검열하려 했다. '외부'의 문제제기가 있었다나 어쩐다나. 라넷 측으로서는 당연히 기가 막힐 일. 우발적인 실수가 아니라, 외부의 압력행사에 의해 명백하게 사전검열 행위를 했고 또한 인권영화들에서 가장 소중한 생명 중 하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라넷 측은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기다리다 마침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소수적 존재의 이름으로 '상영거부' 선언을 했다. "'다른 곳도 아닌 인권영화제에서 우리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사실과 그 침해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뼈아픈 기록을 남기면서. 이어서 '평등세상을 여는 울산여성들'과 울산참여연대 등이 참여단체에서 탈퇴를 했고, 개막작 등 몇몇 영화들이 상영거부를 했다. 여기저기서 성명서를 냈다.

문제는 또한 사전검열을 시도했다는 점에만 있지 않다.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그 이후 보여준 행보는 더욱 우스운 형세로 몰아가고 있다. <밥.꽃.양>을 상영작으로 결정한 바가 없다고 오리발 내밀지를 않나, 문제제기의 이유를 이랬다 저랬다 바꿔대지를 않나 등. 그들은 사전검열을 한 적도 없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적도 없다고 한다. 자신들의 입장이 그렇다 한다면, 그리하여 만일 오해되었거나 실수였다 한다면, 자신들의 노력에 의해 충분히 사태해결을 합리적으로 가능케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는 전혀 그래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 반대다. 이 문제로 여기저기서 이 사람 저 사람들이 아우성거리자 마침내는 영화제 홈페이지를 스스로 일방적으로 폐쇄시켜버렸다. 21세기의 파시스트로 거동하고 있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나 행하는 짓거리를 운동단체가 거리낌없이 행하다니! 그렇게 사람들의 말문을 막아버리고 그들은 침묵으로 버팅기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독자들은 당연히 의아스러워 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인권영화제에서 왜 그런 행태를 보여주었을까, 하는. 그렇다, 문제는 사전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를 저지르게 한 다른 무엇이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검열과 표현의 자유 억압은 어떤 종류의 것이든 권력의 보호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울산인권영화제 그 자신의 권력보호? 글쎄, 그것은 아닌 듯 하고, 집행위원회가 스스로 드러냈듯 '외부의 문제제기' 즉 외부권력의 압력행사에 있는 것이다. 외부의 압력행사라.... 우리에게 그리 낯선 말이 아니다. 언론에 대한 외부의 압력 등 너무 익숙한 우리의 언어가 아닌가. 그렇다면 국가권력의 압력행사? 아님 현대자동차 자본가권력의 압력행사? 그렇게 얼핏 상상할 수도 있지만, 편견은 늘 우리들에게도 드리워진다.

그 답을 찾으려면 우리는 <밥.꽃.양>이 어떤 장소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에 주목하면 된다. 어떤이는 라넷 측에서 되살려놓은 안티 홈페이지(larnet.jinbo.net) 게시판에서 "이미 이 문제는 울산영화제 집행위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울산 노동운동 전체에 대한 문제, 그리고 거대노조의 권력에 대한 소수의 목소리에 대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고 지적하고 있다. 거대노조권력이란 현대자동차 노조를 말한다. <밥.꽃.양>에 대해서는 노혜경 씨의 글을 우선 참조하고, 안티 홈페이지의 영상시사회를 열어보면 된다. 거기서 우리는 거대노조권력에 의해, 열혈 노조원들이던 식당아줌마 여성노동자들의 권리가 어떻게 뭉개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그 성적 소수자들의 목소리 즉 노동운동 내 소수집단의 투쟁과 표현을 배제시키려는, 권력화되고 관료화되는 그러면서도 노동운동의 대표성을 독점하려는 노조권력의 헤게모니 집행과, 그에 대항하는 소수자 여성노동자들의 자기조직화에 있어 보인다.

사정이 이런 고로 <밥.꽃.양>이 현대자동차 노조에 의해 미움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라넷 측에 따르면, 영화를 상영하러 다닐 때면 노조가 협박성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노조 자체가 이미 표현의 자유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인권영화제가 자신의 생명력과 자존심을 망각해도 유분수지 대체 무슨 이유로 소수자들의 표현을 배제시키고 거대노조권력을 보호해주는 짓거리를 한단 말인가. 울산인권영화제는 울산인권운동연대가 주관하면서 여러 지역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거기에 어떤 운동권력의 그물망이라도 존재한단 말인가. 그렇지 않고서는 울산인권영화제 집행부의 행보가 잘 설명되기 힘들어보인다.

참으로 찝집하고 안타깝다. 가장 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어떤 소리든 떠들썩하게 해야 할 인권영화제가 그런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으니... 지역의 인권운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인권영화제도 계속되어야 한다. 단, 권력의 그물망에서 독립해서. 인권이란 더 이상 권력에 의한 약자보호로 정의되는 게 아니라, 어떠한 종류의 권력들에도 저항하고 자기생성하는 정치적 차이들에 대한 강한 주장으로 정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권이란 더 이상 추상화된 개념이 아니라, 지역적 주체들의 섬세한 자기표현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밥.꽃.양>은 울산지역에서 그 노동자대중들의 몸과 시선으로 파들어야 한다.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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