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인권영화제의 사전검열사태에 대한
울산여성노동조합(준)의 입장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회, 약자들의 목소리가
'주장'되고 '전달'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 준비되어온 울산인권영화제에서 발생한 소수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 <밥.꽃.양>에
대한 사전검열 사태와 이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울산인권영화제 측의 계속되는 인권탄압에 분노하고 한편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면서
울산여성노동조합(준)의 바램을 밝힙니다.
1. 울산인권연대를 중심으로 한 울산인권영화제 주최 측은 <밥.꽃.양>에 대한
사전검열과 이후 수 차례 발생된 인권탄압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공개사과하여야 합니다.
사전검열시도에 항의하자 울산인권영화제 측은
대화.토론 회피, 폭력적인 홈페이지 폐쇄, 악의적인 비공개문건 배포라는 파행적인 형태로 대응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는 울산여성회와 울산여성의전화
관계자가 현자노조자율식당여성노동자들을 방문하여 압력을 행사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자행하였습니다. 계속되는 인권운동단체의 인권탄압입니다.
이 모두 인권의 기본자세인 상대방 존중에 벗어나 있는 반인권적인 태도입니다.
이는 소수약자의 인권의 입장이 아니라 소속단체나
개인의 잘못된 명예에 만 매달려 애써 사태를 회피해보려는 행동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검허하게 반성하고 새롭게
나아가길 바랍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완벽한 존재는 없고 누군가 또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실수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정말 단순하게 그리고 상식적인 순수한 자세로 이 상황을 바라보길 바랍니다. 해결의 실마리는 그 속에 있습니다.
반성과
공개사과는 스스로를 위해, 해당 단체의 명예나 이후 활동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2. '라넷'과
'평등세상을여는울산여성들'의 용기 있는 실천에 지지하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진지하게 토론에 참여한 모든 조직과 개인에게도 감사합니다.
어려운 가운데서 소수약자의 인권을 위해 단호히 자신의 원칙을 지켜나가며 활동하는 '라넷'을 통해 우리는 소수자인권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수가 알지만 은폐되어온 문제, 그 가운데 계속되는 억압에 울분을 삼켜야 했던 우리 소수여성노동자의
문제가 말하여지고, 노조운동 내의 가부장적 위계질서와 귄위적인 그 태도에 대한 비판의 칼을 들고 공론화를 시작하게 한 것은 참으로 소중한
성과입니다.
거대노조 정규직남성노동자들이 그 위력을 행사하는 울산지역에서 다수가 그 위력에 눈치보며 행동할 때 용기 있게 앞서서
'아니다'를 말한 '평등세상을여는울산여성들'의 실천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라넷'과 '평등세상을여는울산여성들'의 그러한 용기로, 그러한
실천으로 이 세상은 아름다워지고 있습니다.
3. 울산인권영화제 참가조직은 책임 있게 입장을 밝히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촉구합니다.
인권영화제에 의한 인권탄압이 발생! 그런데 참가한 조직들의 분명한 태도가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소수약자의 인권이
계속 짓밟히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진보운동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참으로 중요한 사건입니다.
이에 참여한 각 단체는 솔직하게
자신의 입장을 공개하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제를 주도한 측에서 보면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겠으나 이러한 고통은 우리의 성장을 향한 고통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은폐된 가운데 고통 없이 영화제가 추진되었다면 그 것이 최악의 상황입니다.
4. 비판과 수용은 끊임없이 진행되어야할 일입니다. 커가는 우리의 힘입니다.
우리가 이번 사태로 이렇게 열심히
토론하고 있는 것은 우리 운동이 더 깊어지고 커져가길 바라는 열망, 올바른 역사발전에 대한 열망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토론을 통해 우리가
운동하는 이유를 서로에게,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가 함께 성장할 것인가 퇴행할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단체나 개인의 명예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올바르게 운동을 하느냐, 발생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며 발전해나가느냐가 문제의 중심입니다.
서로의 잘못을 덮어주기 식으로 넘어가는 것은 우리들이 함께 죽는 일입니다. 그런데 친한
사람들에 대한 비판이 어렵고, 일상적으로 연대활동을 하는 단체간의 비판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호 비판의 무기를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비판에 대한 수용이 이어져야 합니다. 그것은 함께 살아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비판은 우리가 오류를 수정하고 전진해나갈 수 있는 힘입니다.
비판을 두려워해서 어떻게 우리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우리 내면에 들어와 있는 '아닌 것'들, 보수성과
가부장성, 권위의식 등과 치열하게 싸워나가야 합니다.
적들이 무서워 하는 것은 내용없는 대동단결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고 그 중심으로
단결하는 것이고 우리들이 끊임없이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입니다.
5. <밥.꽃.양>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상영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영화를 봐야하는 이유는 98년의 한계를, 그 때의 과오를 넘기 위해서입니다. 바로 우리 운동의 발전을
위해서입니다. 잘못을 행한 사람들을 응징이 아니라 서로를 용서하고 그 속에서 보듬어 안고 나아갈 보석을 찾고자 함입니다.
너무나 큰
상처, 너무나 아픈 기억들, 그래서 서로 꺼내지도 못했던 우리들의 지난 삶을 이제 꺼내 이야기 해야하는 것입니다.
잘못의 책임을 가장
많이 짐 져야 할 사람들은 보기가 더 무섭겠지만 그렇다고 보는 것을 억압하여 될 일입니까? 그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지요.
지난
자신의 잘못된 모습을 바로 보고 스스로 부정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새로운 내일을 함께 꿈꿀 수 있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마음속에
자리잡은 패배의식을 털어 내는 일입니다.
정리해고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가혹한 탄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운동권 내의 가부장적 위계질서는 엄청난 힘으로 여성노동자를 누르고 있습니다.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자 연장선에 있는 것입니다. 이 토론은
우리의 미래를 모색하는 일입니다. 현자노조식당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보고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무엇이 우리들의 문제인지 논의해야합니다. 우리의
발전을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6. 진보운동을 한다는 것은 약자의 권리, 소수자의 권리에 주목하고 그 편에 서는 일입니다.
내가 성취한 성과에 취해 있지 않고, 내가 가진 직위에 그 권위에 빠지지 않고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이들의 권리를 생각하고
염려하며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운동을 함께 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신자유주의노동정책이 날로 강화되어가고 있는 이때 노동자의, 그것도
소수 약자의 인권을 말한다는 것은 그들과 함께 낮아지는 일이고 그들이 당하는 고통에 함께 하며 그들이 받아야할 멸시를 같이 받아야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투쟁하는 길입니다. 그래서 너무나 힘든 것입니다.
인권은 입으로 말해서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약자의 편에서 생각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약자의 편에 서서 실천한다는 것, 투쟁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기에
현자노조식당여성노동자의 투쟁은, '라넷'과 '평등세상을여는울산여성들'의 투쟁은 소중한 일이고 키워나가야 할 역사발전의 싹입니다.
2001년 10월 4일 울산여성노동조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