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사전검열논의는 좀더 계속되어야 합니다.
임교수님께서 보다 큰 틀에서 입장 표명을 해주신 것이 반갑고 감사하며, 아울러 전혀 늦은 표명이 아니란 것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역시 문제의 본질은 검열, 또는 표현의 자유라는 말로서 다 담기 어려운 근본적인 남성중심적 노동운동의 억압구조라 생각을 합니다.
바로 그 근본에 대한 결정적 반성이 없다면, 앞으로도 [밥꽃양]과 같은 사태는 계속 일어나겠지요.
그러나 한편, 그 억압의 실체를 섬세하게 밝혀내고 우리가 일상속에서 자행하는 사소한 행동과 말의 뒤에 얼마만큼의 폭력적 사고가 자리잡고 있나를 밝히기 위해서 실제로 일어난 그래서 생생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하는 것도 너무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울산인권연대 스스로는 전혀 사전검열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 일이 왜 사전검열이 되는가를 깨닫는 일이 그래서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들 생각에 "겨우 그런 작은 잘못"이 알고보면 식당 아줌마들의 공개적 소명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폭압이 될 수 있다는 것, 심지어, 자기들이 보기에는 "당연한 요구"가 식당아줌마들의 말과 삶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양보의 요구가 된다는 것, 이런 작은 차이들을 민감하게 바라보지 않고서는 이 문제가 이해되거나 해결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들 대기업의 남성노동자들이 지향하는 해방에서 여성노동자는 배제되었거나 혹은 경시되었다는 이면의 사실"이 바로 사전검열임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그 사람들의 멘탈리티로부터 증명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사전검열이 "아니라"가 아니고, 사전검열을 "통과해서" 이 사건이 더 증폭되고 더 많은 관심과 더 많은 생각을 요구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사전검열이냐 아니냐의 논의는, 그러므로 지금 당장으로서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임교수님이 지적하신 바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남성중심적 사고가 바로 이 지점에서 공공의 의문대상이 되는 사건으로 겉으로 드러났기 때문이지요.
사전검열 논의는 단순히 사전검열을 하려 했다 안 했다는 논의가 아닙니다.
왜 그들은 명백한 사전검열을 아니라고 착각하는가,
왜 그들은 이 영화를 미리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그럴 권리가 있다고 왜 착각하는가,
왜 그들은 자신들이 관여할 수 없는 감독과 출연자간의 문제에조차 입을 함부로 대고 있는가,
왜 그들은 영화 한 편 보자는데 온갖 음모론을 들이대는가,
왜 인권연대는 입을 다물고,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입을 여는가, 그들은 누구인가,
가장 중요하게는, 그들이 보지 않으려 했던 화면이 과연 어떤것이었나, 왜 그 장면을 검열을 통해 삭제하고 싶어하는가!!!!!!
등등, 의문의 촘촘한 그물을 통해 임교수님이 말씀하신 억압의 추루한 실체가 밝히 드러나게 됩니다. 거대담론의 이름으로 바라볼 때는 보이지 않던, 남성노동자들이 실제로 행한 일들이 남게 됩니다. 구체적인 현장의 모습이 남게 됩니다.
이미, 사전검열 논의를 통해서 인권연대와 현자노조 관계자들이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비록 익명의 뒤에 숨어 있기는 하지만, "검열 논란에 앞서 이미 '평행선'은 이들 노조 지도부에 의해 배제되고 거부되었던" 바로 그 시선과 사고가 [밥꽃양]의 배제에로 나란히 치달아간 그 경과가 참으로 분명하고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솔직히 노동운동과는 일정 거리가 있는 소위 부르주아 여성이라서 우리나라 운동의 기본방향 설정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여성의 문제는, 그리고 소수자의 문제는 거대담론의 틀 안에서는 풀 수 없는, 그때그때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한 남성들의 입장바꾸기와 공감을 통해서만 풀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담론의 그물은 아무래도 성기고, 거기서 빠져나가는 더 낮은 자의 존재는 그들을 버리지 않겠다는 결심이 있어야만 발견되는 것이니까요.
아울러, "계급해방의 슬로건이 비정규직·여성·외국인 노동자라는 주변화된 소수를 배제하고 타자화하는 억압 구조를 은폐하는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솔직한 자기 반성"은, [밥꽃양]과 [평행선]을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상영하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사전검열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그 자기중심적이고 타자를 배제하는 억압적 사고다, 라는 자기인식과 반성을 통해서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결국 두 영화를 금지하려 한 이유는 그 영화들의 작품성때문도 그 메시지 때문도 아닌 그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현장의 모습들 때문이니까요. 아줌마들이 드러내 보여주는 자신들의 끔찍한 진실이니까요.
다시 말씀드립니다.
[밥꽃양] 사태는, 사전검열의 문제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시작했을 따름입니다.
앞으로 더 깊고 더 아프게 이야기는 전개되리라는 예감이 있고, 그 전개에 임교수님의 적극적 발언이 너무나 요청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늦은 것이 아니라 임교수님의 발언은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 주셔야 할 일이 아닐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