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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울산인권영화제의 사전검열 행위는 반인권적이고 반소수자적이다
제2회 울산인권영화제 사태에 대한 <문화과학>의 견해

제2회 울산인권영화제 사태에 대한 <문화과학>의 견해

울산인권영화제의 사전검열 행위는
반인권적이며 반소수자적이다!

 

1. 명백한 사전검열 시도이다

예술표현물들에 대한 권력의 검열에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 온 우리로서는 제2회 울산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의 사전검열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금치 못하는 바이다. 제2회 울산인권영화제가 진보진영에서 조직하는 행사일 뿐만 아니라 그 정식명칭이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한 제2회 울산영화제'라는 점에서 더욱 기가 막힐 일이다.
이번 울산인권영화제에 참가작품으로 교섭된 <밥.꽃.양>의 제작진 라넷은 "<밥.꽃.양>은 10월 11일∼14일로 예정되어 있는 울산인권영화제 측으로부터 지난 7월말에 상영을 제의받아 이를 수락하였습니다. 그러나 감독과의 대화 등 상영에 따른 구체적 논의와 상영후 토론회 참석자 섭외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9월 초, 영화제 집행위는 '특정장면에 대한 외부의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이유로 '사전에 작품을 보고 상영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고 밝히면서 '명백한 사전검열 요구'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제 집행위원회 측은 "우리는 <밥.꽃.양>에 대한 사전검열을 진행한 적이 없으며, 또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적이 없습니다."고 맞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노출되고 있는 몇 가지 근거만으로도, 라넷의 주장대로,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사전검열을 시도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상영작 결정과정에서의 검토차원'이었다고 발뺌한다고 해도 그것은 '외부의 문제제기'에 의한 것이었으므로 분명히 다른 무엇과 연계된 사전검열 행위다. 둘째, 라넷이 사전검열 철회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이를 부정하며 거부하는 한편, 집행위원회는 <밥.꽃.양>에 대해 문제제기한 '외부'의 실체에 대해 함구하면서 문제를 굴절시키고 있다. 셋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밥.꽃.양>의 상영 결정을 내린 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의심스런 대목이다. 영화제 조직위원회 참가단체로서 여성부문에 관여해오며 집행위원회의 사전검열 요구에 반발하다 영화제 탈퇴를 표명한  '평등세상을 여는 울산여성들'은 <밥.꽃.양>이 "여성부문 상영작으로 결정된지 한달이 넘은 작품"이라고 밝히고 있다. 라넷도 영화제 집행위원회의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넷째, 논란 와중에 영화제의 공식명칭을 '표현의 자유 실현을 위한 제2회 울산영화제'에서 '평화와 인권을 위한 울산영화제'로 돌연 바꾸어버렸다.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표방하는 영화제에서의 사전검열 행위는 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사전검열 시비에 대응하는 영화제 집행위원회의 문제해결 방식은 울산인권영화제의 정체성마저도 의심하게 만든다.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적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창작물의 소통과 공론의 과정까지 포함되므로 상영 유보나 저지를 위한 사전검열도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된다.

2. 노조권력을 보호하는가

울산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가 <밥.꽃.양>에 대해 사전검열을 행위한 것은 영화의 상영 자체를 저지시키려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사전검열 행위에 은폐된 내막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검열은 불가피하게 권력의 보호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영상보고서 <밥.꽃.양>의 내용에 대해 제작진은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식당아줌마로 불리우는 현대자동차 노조 여성노동자들의 정리해고 반대싸움과 노조와 회사를 상대로 한 복직투쟁 과정 그리고 그녀들의 삶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이 영상보고서는 노조운동 내의 성적소수자로서 당하는 고통, 노조운동의 내면화된 위계질서와 권위의식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밥.꽃.양>의 상영 저지는 현대자동차 노조원이던 식당아줌마들의 투쟁과정과 그에 따른 질문들을 무화시킴으로써 권력화하는 노조를 보호하려는 의도와 관련되지 않은가 하는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쟁점의 하나가 현대자동차 노조가 '외부'의 실체로서 외부압력행사를 했는지 규명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이 의혹은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 실지로 라넷은, <밥.꽃.양>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영화 <평행선>이 상영될 때마다 이루어졌던 현대자동차 노조의 압력 및 고소고발 위협에 직면했고 한국여성연구소 주최의 <밥.꽃.양> 상영 후 현대자동차 노조의 협박성 전화 등이 잇따르고 있어, 현대자동차 노조에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노동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하지만 노조의 반소수자적 권력화는 반대한다.

영화제 상영작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영화제로서 즐거워해야 할 일이며, 창작물들의 표현과 소통을 통해 문제를 발견하고 공론화하여 사회적 실천으로 생생하게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인권영화제의 마땅한 일이 아닌가. 인권영화제의 상영작들은 모두가 문제의 소지를 내뿜으며 여러 위치들에서 기탄없이 떠들어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인권영화라 할 수 있겠는가. 인권영화라면, 그것은 봉합된 지점들에서의 권력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지점들에서의 소수자집단의 권리를 옹호해낼 수 있어야 한다.

<밥.꽃.양>이 노동운동 내 여성노동자 혹은 소수자집단의 숨겨진 목소리를 표현하고 있다면, 그것은 노조권력으로부터 저지되어야 할 게 아니라 새로운 사회진보를 위해 더 많이 공론화되어야 할 것이다. 인권영화제는 당연히 더 작은 소수자집단의 섬세한 인권적 요구와 정치적 차이들에 주목해야 한다.

3. 가닥을 분명히 잡아라

울산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는 <밥.꽃.양>에 대해 사전검열을 시도함으로써 반인권적이며 반소수자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우리는, 재차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의 검열에 그토록 분개하는 진보진영의 하나가 자신의 권력을 생산하고자 권력의 얼굴을 닮아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울산인권영화제는 더 큰 화를 자초하지 말고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진정한 소수자주체들의 인권과 그 표현을 적극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분명히 잡아야 할 것이다.

                2001년 9월 20일
                계간 <문화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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