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line-height:150%;">새해 시작부터 가슴아픈 글을 올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밥·꽃·양』을 제작하면서 배운 것은 문제를 봉합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밥·꽃·양』 지지자의 입장에서 글을 써왔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행위의 정도가 심각하다면 감추고 덮어두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게될 네티즌들은 무척 혼란스러울 것입니다. 그러나 외압에 의한 사전검열에 맞서 싸웠던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당당해지는 길은 지지자의 이름으로 행해졌더라도, 그 패착을 드러내고 비판하고 같이 책임지는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모처럼 어지러운 검열영화제 게시판의 복잡한 논란에서 벗어나 따뜻하고 구체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밥.꽃.양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되어 마음이 아프지만, 허재영씨 사건에 관한 문제를 밝히고자 합니다.
『밥·꽃·양』은 식당여성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았던 한국의 노동운동에서 시작하여, 검열과 외압에 얽힌 또 한 무리의 진보진영, 그리고 『밥·꽃·양』을 지지하는 우리들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던지는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운가 하고 말입니다. 게시판에 쏟아졌던 4486개의 글을 다시 봅니다. 거기 외압의 실체들, 검열했던 당신들, 침묵했던 당신들, 지지했던 당신들, 그리고 모르고 지나쳤던 우리들.. 우리들 모습이 다 들어 있습니다.
라넷은 검열영화제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검열과 맞서 싸우고 논쟁을 하는 것을 넘어서는 묘한 유령의 언어들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라넷과 네티즌들을 음해하고 공격하는 것이든, 지지의 언어 뒤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얼굴들의 논점과잉이었든, 다양한 언어의 숲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불길한 그림자들을 보았습니다. 익명성이 보장하는 언어의 자유로움. 비판의 격렬함. 극단적 표현의 발랄함. 논쟁의 무한한 가지치기가 한껏 펼쳐졌던 인터넷 소통의 공간을 잠식했던 유령의 그림자 하나를 드러내는 것이 자칫 또 다른 논란을 가중시키고 발설의 자유로움을 규제하는 행위로 오해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훨씬 더 치열하고 투명하게 우리가 진정으로 『밥·꽃·양』과 만나는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물으면서, 라넷은 허재영씨 사건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지난 12월 22일 오프모임이 끝난 후, 라넷은 <파졸임>이 서울사회과학연구소(서사연) 연구원 허재영씨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허재영씨는 30여 개의 유령 아이디로 안티검열영화제 게시판에 글을 썼습니다. 물론 익명이 허용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졌다는 것,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안티검열영화제 게시판처럼, 단순한 담론의 교환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움직이는 울산이라고 하는 실제 현장과 노동운동이라고 하는 현실의 운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게시판에서의 토론에 한 사람이 수많은 다른 아이디로 들어와 글을 썼다는 사실이 일반적인 인터넷의 관행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또한 허재영씨는 본인이 밝힌 것처럼 "자신의 욕구를 채우겠다는 욕심"으로 많은 네티즌들을 기만하고 "자신의 연구 대상"으로 삼았으며 유무형의 폭력을 행사하였기에 공개 해명과 사과를 요구합니다.
같은 내용의 말을 여러 유령 아이디를 통해서 반복적으로 발언한 사실은 인터넷상에서 여론을 거짓으로 조작하는 행위입니다. 허재영씨는 이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합니다. 또한 익명이라는 편리한 이름 뒤에서 행한 일들이 라넷을 포함한 구체적인 개인과 단체에게 상처를 입히고, "지지"라는 이름으로 검열반대 싸움을 함께 한 네티즌들을 대상화시키고, 검열반대 싸움 자체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에 대한 충분한 해명과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지는 행동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다음은 밥꽃양 제작팀 라넷과 허재영씨가 만나 확인한 사실들입니다. 허재영씨와 라넷은 현실 공간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검열 영화제 게시판에서 드러난 사실 중에서 허재영씨가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할 내용만을 밝힙니다.
<font color="blue">1. 허재영씨는 <떠돌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썼습니다</font>
이 아이디로 독립영화 제작 단체인 노동자뉴스제작단과 태준식 감독에게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하였습니다.
아셈 투쟁을 담은 태준식 감독의 영상을 거론하면서 허재영씨는 그 영상에 담기지도 않은 98년 현대자동차 투쟁을 무리하게 대입시키며 창작자의 고유 권한인 편집권까지 침해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작품이 "짜가"라는 등의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면서까지 허재영씨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어떠한 이유로 그러한 글을 썼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밝혀야 합니다. 허재영씨의 기록 방식을 준거로 태준식 감독에게 공개적으로 인격 침해를 한 사실에 대하여 사과해야 합니다.
<font color="blue">2. 허재영씨는 <관심녀>, <게시판 지킴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썼습니다</font>
이 아이디로 신기섭님과 노혜경님의 발언을 막으려 했습니다. 허재영씨는 자신의 그런 행위가 신기섭님과 노혜경님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발언권을 지나치게 많이 차지하려 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밥꽃양의 싸움을 지지하며 네티즌의 한 사람으로서 발언한 노혜경님과 신기섭님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막으려 했던 행위에 대하여 사과를 요구합니다.
<font color="blue">3. 허재영씨는 <몸뚱이 열개>라는 아이디로 글을 썼습니다</font>
1998년초 노사정위부터 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에 접근하려는 글이었습니다. 『밥·꽃·양』 제작팀의 접근 방식과 문제 의식, 그리고 언어를 사용한 <몸뚱이 열개> 명의의 글은, 그 내용과 상관없이 『밥·꽃·양』과 라넷의 작업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조직의 작업으로 오인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검열에 맞서 싸우고 있던 라넷은 <몸뚱이 열개>의 글이 올라올 때마다 머리와 감정 모두를 도둑맞은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 글을 쓰기 위해 사용된 자료와 표현하는 문장 등은 허재영씨가 라넷으로부터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가져간 것들입니다.(홍은영씨가 가지고 있던 촬영원본을 복사한 120분 VHS 테이프 17개를 허락 없이 몰래 복사해서 이태리로 가져가 반복적으로 돌려보면서 나온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그런데 <몸뚱이 열개>라는 아이디가 허재영씨 자신이었다고 여기저기 밝히는 순간부터 현실에서 라넷의 작업은 서울사회과학연구소 연구자들의 작업으로 포장되어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했고, 그 결과는 라넷이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남겨졌습니다. 이미 경로를 알 수 없는 소문 ― 라넷의 작업과 서울사회과학연구소 작업의 커넥션이 현실화됨으로써 감당해야 하는 것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연구소를 표피적으로 무차별 공격하면서 남긴 현실에서의 파장이나 관계 등은 라넷의 책임으로, 허재영씨의 연구 방식에 대한 문제점까지도 라넷이 감당해야 하는 것으로 남았습니다. 또한 라넷의 작업은 서울사회과학연구소 작업이라는 사실무근의 꼬리표를 달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데 사용되었던 접근방식, 아이디어, 문제의식, 자료의 출처를 놓고 벌이는 소유권 싸움으로 오해되어 인식되는 경향이 있기에, 근본적인 문제점을 다시 한번 밝히는 바입니다.
<font color="blue">4. 허재영씨는 <파졸임>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썼습니다 </font>
이 아이디로 연구자인 허재영씨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한노사연)와 영남노동운동연구소 등 노동운동 관련 연구소의 정책과 1998년의 행적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허재영씨는 충분히 염두에 두었어야 할 여러 측면을 간과하고 글을 쓰면서 영남노동운동연구소를 정리해고 수용 주체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98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간부들의 실명이 표기되어 있는 영남노동운동연구소의 토론자료를 인용하면서 연구소와 구체적인 개인관계를 과도하게 연결시킨 선정적인 비판을 시작했습니다.
그 글로 말미암아 라넷과 검열영화제게시판은 특정 목표를 가진 공간으로 오인되었으며 그에 대한 비난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것이 아주 너그러이 봐 주어서 익명에 기댄 한 연구자의 경솔한 판단이었다면, 그 경솔한 판단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단체와 개인에게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허재영씨는 자신의 견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영남노동운동연구소가 원인 제공한 정리해고 수용을 다룬 영화"(파졸임이란 아이디로 쓴 자유게시판 '사과보다는 담담한 대화를'이라는 제목의 글에 나옴)라고 『밥·꽃·양』을 근거없이 단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목적을 위해 『밥·꽃·양』의 제작 의도를 모호하게 왜곡했습니다. 허재영씨는 이 점에 대해 제작팀인 라넷에 사과해야 합니다.
<font color="blue">5. 허재영씨는 <강희신>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썼습니다</font>
허재영씨는 <파졸임>이라는 아이디로 영남노동운동연구소를 비판하면서, 곧바로 또 다른 아이디 <강희신>으로 등장하여 "눈가리고 아웅하지 맙시다. 자료 정리하면 수백 가지도 들이밀 수 있어요. 추측이라고요? 파졸임이라는 사람은 추측했는지 몰라도 자료는 앞으로 얘기하면 자료 갖고 얘기할겁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영남노동운동연구소에 대한 탄탄한 비판보다는 여론몰이식 비난을 이어갔습니다.
이로써 허재영씨는 글창고에 나온 제작팀의 일지와 같은 논지의 글을 뚝뚝 잘라내어 재가공해서 비난의 도구로 삼아, 영남노동운동연구소에 대한 어설픈 비난의 결과를 제작팀이 감당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짐작은 가지만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조금의 노력도 없이 영상자료에 근거해서 단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라넷과 비난 대상자들 모두에게 이중 피해를 던졌음은 물론이고, 이 문제를 차분하게 서로서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해버렸습니다. 더구나 비난의 근거로 사용되는 사례와 시각의 많은 부분이 허재영씨가 비정상적으로 입수해간 라넷의 영상자료 원본에 담긴 내용과 제작팀의 언급이나 발표 내용을 무책임하게 재구성한 것이었습니다. 허재영씨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져야 하며 사과해야 합니다.
<font color="blue">6. 허재영씨는 또한 <검은스키마스크>라는 아이디로 글을 썼습니다 </font>
허재영씨는 이 아이디로 글을 써 네티즌들을 대상으로 일종의 실험을 행했습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저렇게 짓밟히면서까지 꼭 공장에 다녀야 하나?" 등의 발언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가르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안티검열영화제 게시판에서 정리해고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싶었다는 허재영씨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체크하기 위해 이 아이디로 발언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검열에 반대하며 싸우고 있는 네티즌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은 것입니다. 허재영씨의 사과를 요구합니다.
<font color="blue">7. 허재영씨는 <정두희 삼촌>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썼습니다</font>
허재영씨는 패러디와 소설의 형식으로 실명의 개인과 실재하는 단체·조직을 암시적으로 나열했습니다. 굳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익명과 패러디의 형식에 기대어 차마 거론하기 힘든 표현을 마구 썼을 뿐 아니라, 개인에게는 고통이었을 시간들과 개인사를 희화화하여 글에 등장한 분들의 명예와 인격을 훼손했습니다. ("감빵에서 달력에 빨간 줄 그으면서 지새웠던 그 수많은 밤들, 정말 보고싶고 만지고 싶었던 둘째애"라는 표현은 패러디를 넘어서는 한 개인에 대한 잔인한 폭력이라 생각합니다. 그 글의 출처 또한 비정상적으로 입수한 영상자료 원본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에 라넷은 경악합니다)
"외압에 의한 사전검열"이라는 사실공방이 민감하게 오고가는 상황에서 <정두희 삼촌>이라는 아이디는 울산인권운동연대 측이나 그밖의 울산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밥꽃양 지지자이며 라넷의 측근으로 오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글 안에서 "38여성회"에 대해 "38따라지회"라는 비하적인 표현을 씀으로써 게시판의 논쟁과 관계를 악화시켰습니다.
또한 허재영씨는 <정두희 삼촌>아이디로 쓴 글 안에서 98년 정리해고 반대 투쟁 당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활동가들과 조합원들의 관계를 조종하고 조종당하는 관계로만 왜곡하여 단정지었습니다.
라넷은 사전 검열을 거부하고 싸움을 시작한 이후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특정 조직인 형제회와의 커넥션이 있다는 음모론에 시달렸습니다. <정두희 삼촌> 아이디로 쓴 글들은 시종일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현장 조직들을 분류하고 평가하면서 단순 대립 구도를 부각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형제회와 『밥·꽃·양』은 같은 목적을 가진 것으로 비추어졌고 라넷이 당했던 음모론을 부추기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허재영씨가 <정두희 삼촌> 아이디로 쓴 글에서 무책임하게 거론했던 분들께 사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font color="blue">8. 허재영씨는 <어남명>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썼습니다</font>
"저는 어남명이라고 합니다. 게시판이 만들어질 때부터 줄곧 열심히 논의를 보았습니다. 시간 때문에 다 못 읽은 날이 더 많았습니다. 며칠 전에 몇 개의 글을 보고 이 말만은 꼭 실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는 글을 쓰면서 라넷 후원금 계좌 개설을 촉구했습니다. 익명이 허용되었던 검열 영화제 게시판에서 굳이 실명을 밝힐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허재영씨는 익명을 실명이라 강조하여 자신의 견해에 익명이 보장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신뢰를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행위에 대해 허재영씨의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font color="blue">9.</font> 끝으로 안티 검열 영화제 게시판 운영자였던 라넷은 허재영씨의 행위로 빚어진 모든 일들로 아픔과 상처를 받았을 분들에게 사죄드립니다. 허재영씨가 이번 사건에 대해 네티즌들에게 사과할 것으로 믿습니다.
게시판에서 사과해야 할 문제 외에 현실에서 연구자 허재영씨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라넷은 허재영씨가 약속한 것처럼 현실에서도 최선을 다해 문제를 책임지는 모습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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