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영화제 준비위의 '사전검열'에 관한 입장 ■
** 세상을 바꾸는 현대중공업 노동자영상패 '창'(이하 '현중영상패 창')은 최근 인권과 평화를 위한 울산영화제(이하 '울산영화제')의 '사전검열'에 관한 소식을 듣고 큰 충격과 우려속에 사태의 변화를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나마 울산지역에서 노동자영상 운동을 하고 있는 하나의 단체로서 이렇게 입장을 정리해 밝히고자 합니다.
1. 현중영상패 '창'은 지역의 척박한 인권현실과 더불어 소외된 이들의 문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작년에 치루어졌던 울산지역 인권영화제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올해 벌어질 영화제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2. 그러나 지난 9월 7일 울산인권영화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밥·꽃·양' 제작팀 라넷(LARNET, Labor Reporters' Network)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제2회 울산인권영화제 상영을 거부합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드러난 영화제 집행위의 사전검열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3. 특히 집행위에서 '밥·꽃·양'의 내용을 사전시사(이는 분명히 사전검열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를 거칠 것을 요구한 이유가 ''밥·꽃·양' 에서 담고 있는 1998년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투쟁이후 식당 여성조합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이 울산지역에서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서 그랬다는 것이 더욱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는 작년 여름 현중영상패에서 '평행선'을 상영하려고 하였을 때 논란을 빚었던 것과 같은 방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잘 알려진 바대로 '평행선'과 '밥·꽃·양'은 같은 소재를 다루고있으며, 작년 울산상영회 때도 영화상영에 대한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4. 그런데 6월 10일의 집행위 공식입장표명과 6월 12일 집행위 관련 소속원들이 밝힌 일련의 해명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사전검열이 아닌 '오해'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문제를 더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사전 시사를 요구한 부분이 현자식당 여성조합원의 '프라이버시' 때문이었다고 말하지만 이것은 솔직하지 못한 것입니다. 실제로 저희는 어떤 영화제에서도 그 영화 속의 주인공과 출연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영화제 집행위가 시사를 거쳐 선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모든 영화를 그 출연자와 함께 시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오히려 최근 나온 집행위에서 나온 여러입장들이 '사전검열'에 대한 본질을 희석시키고 사실관계의 문제, 감정적인 부분으로 문제를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영화제 집행위에서 말하고 있는 단순한 개인의 '프라이버시'문제가 아니라 작년 '평행선'의 울산상영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제 준비과정과 상영이후에 벌어질 파장에 대한 사전차단이 깔려져 있다고 보여집니다.
5. 이미 상당한 파문으로 치닫고 있는 울산영화제 '밥·꽃·양' 논란은 영화제 집행위의 뜻대로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것은 지금의 상황이 단순하게 미봉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매년 계속 될 것으로 보여지는 울산영화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상처가 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왜냐하면 지금 집행위의 입장이 사전검열이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과와 책임이 아닌 오해를 푸는 과정으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영화제 집행위에서는 빨리 정리하고 끝내는 것 보다는 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론화 시켜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6. 그리고 '밥·꽃·양'의 제작팀에게도 부탁드립니다. 제작팀의 상영거부 발표 이후 영화제 게시판을 통해 나온 집행위의 입장에 대해 추가되는 입장이 있다면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그것은 이번 상황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들이 드러나야 제대로된 공론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7. 마지막으로 저희 현대중공업 노동자 영상패 '창' 역시 이후 진행되는 논쟁의 과정을 꾸준히 지켜볼 것이며, 필요에 따라 적극적인 의견개진을 할 것임을 밝히며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끝.
2001. 09. 13.
세상을 바꾸는 현대중공업 노동자 영상패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