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의 답변2) - <사랑방의 견해>에 대해
여러 분들이 11월 8일 올린 저희들의 견해에 대해 질문과 의견을 주셨습니다. 빨리 답변을 드릴 수 없었던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유사한 질문이나 의견은 하나로 묶어서 답합니다. 질문이나 의견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들어가며…
11월 8일 인권운동사랑방의 견해를 밝히기 전까지 저희는 자료를 검토하고, 관련자들의 이야기를 참조하고, 내부의 토론을 거치는 등 나름의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이 밝힌 견해의 내용이 빈약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미 <'밥·꽃·양' 사전검열 논란에 관한 인권운동사랑방의 견해>에서 밝힌 것처럼,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저희들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저희들은 달리 밝혀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들을 검토하고 수용할 의향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 <사랑방의 견해>에서 밝혔듯이 능력의 한계 상 저희는 사전검열 시비에만 국한지어 입장을 표명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 사태가 교훈을 남기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노동자 집단 내 소수자의 문제 등 이번 문제의 근원적 배경에 대한 성찰과 활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다른 분들의 좋은 견해를 앞으로 경청하겠습니다.
1. 인권운동사랑방이 이번 사태를 '조직 운영 상의 문제'로 해소될 수 있는 것처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있었습니다.(평등세상을여는울산여성들, "당신들의 해는 동쪽에서 뜨기도 하고 서쪽에서 뜨기도 하는가?(1)(2)", 전명산, "운영상의 미숙→'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행위!!!")
혹은 반대로 울산영화제측의 문제를 '운영의 미숙함'으로 축소시키는 익명의 글에 저희들의 견해가 근거로 작용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이에 대한 저희들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희들은 이번 문제를 '조직 운영 상의 문제'로 환원시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들은 이번 논란의 핵심인 '검열' 문제에 대해 파악한 사실관계를 토대로 "우리는 울산인권영화제를 준비했던 몇몇 핵심적 인사들이 <밥·꽃·양>에 대한 '검열'을 시도했다(사랑방의 견해 중)"고 결론을 내렸으며, "영화제 주최측이 적극적으로 사태해결에 나서야 한다(사랑방의 견해 중)"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희가 <사랑방의 견해>에서 결론에 들어가기 전 울산인권영화제의 조직과 운영의 미숙함을 지적한 이유는 절차적 합리성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상영 작품 선정의 기준, 상영작 결정의 권한과 책임 등의 문제는 창작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고, 영화제가 추구하는 가치를 온전히 실현해 가는 토대로서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저희는 조직 운영의 문제를 결론에 앞서 지적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2. 인권운동사랑방이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문제제기자라고 판단한 총괄프로그래머의 문제제기의 내용이 저작권문제인지, '식당여성노동자와 ***씨가 나오는 장면'인지를 질문하셨습니다.(평등여성, "해는…(2)", 신기섭, "사랑방의 보고서는 결론과 다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10월 13일 총괄프로그래머가 밝힌 문제제기의 내용은 저작권 문제인데 <사랑방의 견해>에서는 특정장면에 대한 문제인 것이 아귀가 맞지 않다는 맥락에서 나온 질문으로 이해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총괄프로그래머가 제기한 문제제기의 내용은 본질적으로 특정장면에 대한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저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8월 22일 집행위원회 회의 이후 총괄프로그래머가 한 말은 "문제의 장면 때문에 영상패 한 사람이 무척 흥분했다더라. 가만있을 사람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사랑방의 견해 2-2-1. 1) 중), "현자 쪽에서 영화상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저작권' 문제로 시비를 걸어올 수 있다……"(사랑방의 견해 2-2-1. <저작권문제에 대한 판단> 중)입니다. 즉, 총괄프로그래머는 특정장면의 문제와 저작권의 문제를 하나로 얽힌 문제로서 제기했다고 파악했습니다.
10월 13일 총괄프로그래머가 올린 글에서도 "제가 최초로 밥꽃양을 보고자 했던 것은 현대자동차 영상패의 자료화면이 그 영화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 영상패에는 밥꽃양에 나오는 문제의 특정장면에 대해서 극히 민감한 현장조직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그 두 가지 문제가 구분되지 않은 채 표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9월 7일 전까지 '저작권' 문제는 라넷이나 평등여성 프로그래머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회의에서도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이에 대해 "직접 영상활동을 하고 있던 총괄 프로그래머로서는 다른 집행위원들과 달리, 저작권 문제가 영화제나 제작자 쪽에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리라 추정"(사랑방의 견해 2-2-1 중)한 바 있습니다.
한편, 저작권 문제에 대한 저희들의 판단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저작권 문제는 당사자인 현자노조 영상패가 제기할 때에야 비로소 문제로 등장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이 부분에서 총괄프로그래머가 취했어야 할 태도는 집행위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라넷) 측에게 문제를 상의함으로써 제작자 스스로 저작권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었다.(사랑방의 견해 2-2-1. <저작권문제에 대한 판단>"
그리고 9월 7일까지 공식화된 적 없던 저작권 문제를 뒤에 부각시킨 것에 대해서도 "9/7까지 전혀 공식화된 적이 없는 '프라이버시와 저작권문제'(제작자로선 특히 민감하고 도덕성 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는 문제)를 그간의 논쟁의 핵심과 동렬에 둠으로써 결과적으로 9/7까지의 논의를 '왜곡'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사랑방 견해 2-2-2. 중)"라고 생각을 밝힌 바 있습니다. 10월 13일 총괄프로그래머의 글도 애초 논란을 촉발시킨 특정장면의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한 해명을 뒤로하고, 그것에 종속된 저작권 문제를 중심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위의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3. 총괄프로그래머가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에서 현대차노조 쪽의 문제제기를 알고 있었다면 "자기검열"이란 결론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신기섭, "사랑방의 보고서는 결론과 다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답합니다.
총괄프로그래머는 과거 라넷의 작품상영회 때 특정장면에 대해 관련 현장조직에서 라넷측에 항의를 했었고, 자신이 강사로 있는 현자노조 영상패의 한 사람도 당시 그 장면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것은 "문제의 장면 때문에 영상패 한 사람이 무척 흥분했다더라. 가만있을 사람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사랑방 견해 2-2-1. 1) 중)는 8월 22일 집행위원회 이후 총괄 프로그래머의 말에서도 드러납니다. 이는 작품에 대한 현대차노조의 압력이 과거에 존재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현자노조 영상패 강사로 있는 총괄프로그래머는 이 작품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의 경험에 기반해 현자노조의 반발을 살 수 있음을 우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번 울산인권영화제에 대해서도 현대차노조가 밥꽃양이 상영될 것을 미리 알고 특정장면을 문제삼으며 상영하지 말 것을 종용했는지에 대해서는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저희는 과거 현자노조의 반발을 알고 있던 총괄프로그래머가 현대자동차노조를 '의식'해서 장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영화제를 준비했던 다른 중심인물들이 그 문제제기를 수용하였기 때문에 영화제를 준비했던 몇몇 중심인물들의 '자기검열'이라고 결론을 지었던 것입니다. 자기검열과 외압에 의한 검열은 외압이 직접 작용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나뉜다는 전제에 따른 것입니다.
4. 사생활에 대한 문제제기도 현대자동차 노조의 외압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신기섭, "사랑방의 보고서는…")
사생활 문제는 라넷이나 평등여성도 밝혔듯이 9월 7일 이전에 검열의 근거로 제기된 적이 없습니다. 저희들의 생각은 "9월 7일 이전에 울산여성회가 그 문제제기를 수용해서 '보고 상영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근거로 발현시키지 않았다.(사랑방 견해 2-1. 중)"는 결론에 여전히 머물러 있습니다.
울산여성회는 검열의 근거로 수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대차노조의 외압'은 존재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저희들로서는 작품의 사생활 부분에 대해 우려했던 9대 여성부장이 '현자노조측의 입장'에 서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식당여성노동자들의 입장'에 서 있었던 것인지 판가름을 할 수 없습니다. 식당여성노동자들 내부의 문제도 복잡하다고 하는데, 식당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꾸준히 지켜보지 않은 저희들로서는 감히 무어라 규정짓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5. 어떤 의견에선 사전검열과 자기검열을 대립시켜, 인권운동사랑방의 견해가 '사전검열이 아니라 자기검열이었다'인 것처럼 오해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김희균 "인권운동사랑방+울산인권운동연대=울산인권운동사랑방", 평등여성 "당신들의 해는 …(1)")
사전검열은 말 그대로 미리 검열한다는 의미입니다. 사전검열을 직접적인 외압의 유무를 기준으로 나눈다면 '외압에 의한 검열'과 '자기검열 혹은 자체검열'로 나뉠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들은 이번 논란에서 외압의 유무가 하나의 쟁점이 되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저희들의 판단에 기초해 '자기검열'이라고 결론을 내렸을 뿐 사전검열이 아니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또한, 저희는 외압의 유무 및 그 실체에 대한 새로운 사실관계나 발전된 논의가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저희들의 판단을 재고할 의향이 있습니다.
6. 8월 25일 한국여성연구소 주최의 영화 상영과 관련해 총괄 프로그래머의 말과 <사랑방의 견해>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다르지 않냐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지적의 내용은 "총괄 프로그래머는 게시판에 쓴 글에서 조씨로 추정되는 분이 단지 연락처를 알아보려고 전화를 했다고 했지만, 사랑방 보고서에서는 조씨가 자초지종을 알아봤다라고 되어있다"(신기섭, "사랑방의 보고서는 …", "공개해명" 중)는 것입니다. 이 질문은 총괄프로그래머의 비일관적인 주장을 너무 소홀히 취급했다는 비판의 맥락에서 제기된 것으로 이해합니다.
이 부분은 문제를 지적하신 분에게 게시판 글들 중 라넷의 "외압의 실체들은 밝혀져야 합니다"와 조주은의 "라넷팀에게 드립니다"를 읽어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 부분에 대한 <사랑방의 견해>는 이 두 글을 참조한 것이었습니다.
저희가 아는 범위에서 간략히 설명하자면, 총괄프로그래머가 자신의 글에서 거론하고 있는 현자노조 간부와 라넷의 글에 나오는 한국여성연구소 회원인 조** 씨는 서로 다른 사람입니다. 라넷의 글도 "발표회 다음날인 26일, 현자노조 현 집행부가 '왜 어떻게 허락도 받지 않고 상영을 했냐'고 항의전화를 한 바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한국여성연구소는 현자노조 현 집행부의 부인인 000회원에게서 '제작진이 누구인지, 작품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묻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라고 현자노조 현 집행부와 조** 씨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라넷팀에게 드립니다" 글에도 시사회 후 연구소에 걸려온 전화와 며칠 후 자신이 연구소에 전화를 건 내용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사랑방의 견해>도 이 두 글을 참조한 만큼 둘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총괄프로그래머는 "계속되는 라넷과 평등여성들의 거짓말에 치가 떨린다!!!"에서 조** 씨가 아닌 연구소에 항의 전화를 건 사람을 언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7. 라넷의 '사전심의 거부' 원칙이 충분히 공유되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위한 당연한 전제인데 <사랑방의 견해>는 그 부분을 왜 지적하느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김희균, "하나 더, 인권운동사랑방이 '인권영화제'라는 말, 특허권이라도 냈습니까?")
<사랑방의 견해> 2-3의 라넷의 상영조건과 사전시사 논란의 "라넷이 평등여성에게 밝혔던 '사전심의 거부' 원칙은 평등여성 외 다른 여성부문 프로그래머나 집행위원장, 사무국장 등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이러한 원칙은 사전에 충분히 공유되었어야 마땅하다"는 부분에서 말하는 라넷의 '사전심의 거부' 원칙은 검열로서의 사전심의 거부 원칙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입니다. 현재는 폐지된 사전심의제도는 영화가 극장이나 영화제 상영, 배급 등 세상에 공개되기 전 미리 의무적으로 심의를 받도록 한 제도입니다. 따라서 이 제도에 대한 거부는 당연히 '표현의 자유'를 위한 대전제였습니다. 또한 이 제도의 폐지 후에도 잔존하고 있는 검열에 대한 거부는 당연히 지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라넷은 이것을 넘어선 보다 특수한 '사전심의 거부' 원칙을 갖고있음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제2회 울산인권영화제 상영을 거부합니다(9월 7일)"에서 발견됩니다. "어떤 심의도 거부하는 것이 첫째 조건이었으며… 만약 어떤 영화제나 상영회의 조건이 "우선 검토하고 상영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 그 논의조차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원칙입니다." 이는 어떤 단체도 입장글에서 이야기했듯이 '일반적인 영화제의 상영작 선정과정과 비교하면 예외적인 성격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이러한 라넷의 원칙이 영화제 준비 과정에서 사전에 충분히 공유되어야 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8. 인권운동사랑방의 견해가 '사전심사'와 '사전검열'을 구별하지 못하는 라넷의 성급함에 대한 혐의를 추적하려는 의도가 포함된 것 같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라넷, "[사랑방의 견해에 대하여-1] 사전시사와 검열")
하지만 저희는 위 7번에서 밝힌 라넷이 갖고 있는 특수한 '원칙' 때문에 라넷이 '사전시사'와 '검열'을 혼동했다고 오인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는 견해를 밝히기 전 "영화제 고유권한인 영화제 기획을 위한 심사와 사전검열을 혼동하는 것도 아니며, 이 둘은 결코 혼동될 수도 혼동되어서도 안 되는 문제입니다."라는 라넷의 한 분이 올린 글도 자료의 하나로 함께 검토했습니다. 만약 라넷이 '사전시사'와 '검열'을 혼동했다고 판단한다면, "울산인권영화제를 준비했던 몇몇 핵심적 인사들이 <밥·꽃·양>에 대한 검열을 시도했다는 결론도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