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 행위의 흔적을 담고 있는 영화가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h2>
인터뷰 장소에 최종희 위원장은 노조식당 김공자 대의원과 함께 나타났다. 영화에서 오랜 단식 끝에 지쳐 있는 모습이나 혹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분노하는 얼굴과는 사뭇 다른 인상이 비쳐졌다. 오히려 더욱 밝았으며, 몸의 움직임 역시 기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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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작년 1월 단식을 마치는 것까지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후의 상황은.</font>
그 후에 4.13 총선 때 부산의 노무현과, 노사정 합의에 역할을 했다는 정세균 선거본부를 찾아다니면서 원직복직 해결을 주장했지.
특히 울산에 출마한 정몽준 선거본부 앞에서는 수차례 집회를 했어. 그때마다 중공업의 경비들과 몸싸움을 했어.
그러고 나서 회사 안에서 텐트농성을 6-7차례나 반복을 했지.
그러고 작년 임금협상 때 타결이 됐어. 노조 측에서는 우리가 주장하는 원직복직안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어. 그 대신 다른 조건들을 내달라고 요구했지.
그러다 5월 19일날 천막 농성중이던 운영위원 9명이 삭발을 해버렸어.
그 전에 노조 집행부들이 가위니 뭐니 다 챙겨가지고 간 후 였거든.
당황했지,
그러고 다음 날 노조에서 회사의 안이라고 가져왔더라고.
첫째는 생산직으로 복직을 하던지, 아니면 직영급의 대우로 해줄테니까
하청식당으로 가라. 그리고 자녀를 현대자동차에 취직을 시켜주겠다는 것이었지.
우리가 바랬던 것은 원직복직이었거든. 그러니까 회사 사정이 정리해고 전 상황으로 돌아갔으니깐 우리도 그래야 된다는 거지.
회사안은 그냥 자리 바꾸기에 불과한 거거든.
하지만, 회사안에서 몇 가지를 수정한 채로 수용하는 것으로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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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주머니들을 다룬 영화 <밥.꽃.양>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font color>
지난 9월 4일날 회사 앞에서 운영위원들이 모여서 봤어.
지난번에 <평행선> 시사회를 할 때 노조 집행부들이 와서 난리를 친 적이 있었거든. 그 이후로 임 감독이 우리 신경 쓰느라고 회사 안에서는 영화를 안봐.
영화에 거짓이 하나도 없어. 그리고 정말 화가 많이 나더라고. 모든 사실들이 그리고 모든 거짓말들이 이제 투명하게 드러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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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저작권, 프라이버시 등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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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그건 나뿐만이 아니라 영화를 본 모든 아줌마들이 다 그랬어. 사생활 문제라고 하던데, 그때 그 아줌마한테도 물어봤어. 이렇게 저렇게 나오더라. 너 괜찮냐고 말야. 그랬더니 괜찮데. 사실 그대로 한 말이고, 부끄러운 것 전혀 없다고, 술 먹고 한 말 이래도 마음에 있는 말을 한 것이라 괜찮다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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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문제제기자로 현대차 노동조합이 거론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나?
혹시 눈치는 없었나. </font color>
알고 있어. 그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거든. 회사에서 3컷 정도 시사회를 한적이 있는 데, 그때 굉장히 의도적인 문제제기가 돼었거든.
노동조합에서도 그랬고. 하지만 최근엔 직접적으로 그런 것은 없었어.
우리한테 연락이 온 것은 8월 마지막째 주였나, 여성부장한테 연락이 왔더라구. 그때 '서울시사회'(상황상 올 초에 여성연구소에서 실시한 시사회를 말하는것이라고 생각된다 : 기자주)에 대해서 말하더라구.
그것 알고 있냐고, 모른다고 했지, 그때까지 <밥.꽃.양>이 시사회한 줄도 몰랐지. 조금 섭섭하긴 하더라구. '왜 우린 먼저 안 보여줄까'하고 말이야. 우리가 안 것은 그때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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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을 보면, 울산지역의 한 시민단체가 아주머니들을 찾아 갔었다는데</font color>
'울산 여성회' 쪽 사람들이 몇명 왔었어. 노혜경 시인이 <한겨레>에 칼럼 실은 날 있지. 그 때 칼럼을 보고 '이렇게 우리 마음을 잘 쓸 수 있나, 역시 사람은 배워야 돼'(웃음), 이러면서 둘러본다고 복사를 몇장하고 있었거든. 그 때쯤 그 사람들이 왔어. 검열은 아니었다면서 우리 의견을 묻더라고. 의도가 너무 빤해서 '사견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줬어. 그리고 사생활 문제는 우리가 나설 무제가 아니라 라넷과 당사자의 문제라고 말했고.
<font color = blue> 어떤 사람들은 <밥.꽃.양>이 당시 상황을 왜곡하고 있다고 말한다. </font color>
어떤 사람이 찾아와 그러더라고. <한겨레>에 실린 것 봤냐고 말이지. 그래서 봤다고 하니깐, '거대노조권력~'하는 부분을 짚더니 이런 표현을 사용해도 되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너무 타당하다. 우리는 거대노조에 많이 당하고 살았다. 그리고 외압이라면 상당한 외압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해 줬지. 그러고 나서, 나한테 한 똑같은 질문을 여기 있는 대의원한테도 전화했다더군.
<font color = blue> 식당노동자는 소위 노동자-기업주의 관계에서 배제되어 있는 소수자라고 볼 수 있다. 그러에도 이런 힘든 투쟁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었다. 그 힘은 무엇이었나. </font color>
일차적으로 우리가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야. 실제로 많은 식당 아줌마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거든, 그렇기 때문에 죽기 살리고 했어. 그리고, 우리가 '조합원'이었다는 사실이 컸지. 우리가 만약 거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야. 물론 우리가 천막 농성을 할 때 우리한테 와서 '아줌마들이 조합원이냐?'며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중에 인식이 달라졌어. 이럴 수 있었던 것도 다 노동조합의 힘이 컸기 때문이야.
2시간 30분에 달하는 긴 시간이 흘렀다. 서툴지만, 이번 복직투쟁을 통해서 얻은 점을 물어봤을 때 들었던 답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번 투쟁에서는 원직복직 이외의 목표는 없었어. 다들 이룰 수 없는 목표라고 했지. 하지만, 그런 목표를 가지고 싸우니깐, 그 외의 것들은 신경 쓰지 않더라도 그냥 얻어지더라고. 이룰 수 없는 것이라도 그것을 목표로 할 때가 그러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
김상철 기자 vanitas@jinbo.net
대략 <밥 꽃 양>을 둘러사고 있는 논의의 얼개는 제도화된 거대노조의
구조적 한계, 그리고 울산영화제 집행위원회의 이해할 수 없는 입장들,
그리고 소수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억압기제의 존재로 정리할 수 있을것
이다.
그러나 핵심에는 여전히 말을 바꾼 집행위원회의 '해명'과 최초에 문제
제기 되었던 외부의 문제제기라는 부분이었다.
임인애 감독은 딱 잘라 "<밥.꽃.양> 문제의 원인 및 핵심, 그리고 해결
점은 바로 '외부의 문제제기다'라고 못 박았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과연 영화 한편으로 남한의 노동운동을 대표한다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외부의 문제제기자'로 지목되는 상황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혹이 씻기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의혹은 2시간 8분짜리 <밥 꽃 양>을 보면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영화 상영은 간간히 어떤 장면들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져 실 상
영시간을 훨씬 넘길 때까지 진행되었다.
영화에서는 당시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집행부는 물론 이후 노조 간부
들의 말과 반응들이 계속 흘러나왔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외압'이 있는 것이겠군요?"
약간은 뼈가 있는 농담을 던졌다.
임인애 감독은 정색을 하면서 돌아가던 화면을 멈춘다.
"이 영화가 잘잘못을 가리고자 하는 영화가 아니예요.
다만 우리의 상황이 그러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거죠.
사실 정리해고라는 기억은 모두에게 상처예요.
그것을 피하지 말고 분명히 보자는 거죠."
문제를 영화를 영상물 자체로 보지 않는 것,
다시 말해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계속 현재의 인물들과 비교
해서 보는 것에 있었다.
"사실 이 영화는 당시 상황에 대한 전체 상황을 다루었다기 보다는
하나의 입장일 뿐이에요.
우리는 노조식당 아줌마들의 투쟁에 시선을 맞춘거죠."
이 영화를 고발 영화로 만드는 것은 당시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사람들
자신이었다.
자신들이 한 말을 자신이 잊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현재의
자신이 하는 말이 과거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영화의 잘못이
아니다.
10년이 넘게 울산지역에서 영상물을 만들어온 임인애 감독에게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검열사건'을 넘어서는 의미를 가진다.
"글쎄요, 앞으로는 울산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죠?
그렇다고는 해도 이 영화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아주 덤덤하게 말했지만, 그 자신이 선택한 영상에 대한 자신감이
분명히 흘러나왔다.
"현대차의 식당 아줌마들의 투쟁은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노동운동의
상황의 축소판이예요. 모든 것을 다 보여주죠.
그렇기 때문에 논란에 쉽싸일 수는 있어도, 그 때문에 상영을 안할달지
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이의 말대로 <밥.꽃.양>은 누가 옳냐는 도덕 놀음을 하자고 부추기기
보다는, 98년의 터널을 넘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어디쯤 서 있는지
를 묻는 자전적인 독백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스스로의 입을 봉하고 있는 것들을 확인하는 것이 바로
<밥.꽃.양> 사전검열 사태의 해결점일 수 있다
문화연대 김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