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울산인권영화제 사태, 어떻게 돼가나]
해결책 못 찾고 장기화될 듯
운동진영의 내부적 자기검열 문제 진지하게 접근할 계기 삼아야
상영작 선정을 둘러싸고 '사전검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제 2회 울산인권영화제 사태(<진보정치> 60호 당원판 참조)가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들며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울산인권영화제(현재 '평화와인권을위한울산영화제'로 명칭변경)의 상영작으로 선정된 <밥,꽃,양>을 둘러싼 논란은 '외압공방'과 '사이트폐쇄'를 거쳐 이 영화제의 주최측인 '울산인권운동연대'의 활동이 잠정 중단되는 사태를 가져왔으며, 이로 인해 영화제 집행위원회도 잠정 해체됐다. 최근 울산인권연대는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무기한 연기됐던 영화제의 향후 일정이 없는 상태로 방치돼 있다.
게다가 "영화제 집행위원회의 회의 결과로 합의돼 울산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 명의로"(영화제 김창원 집행위원장) 지난달 17일 민주노동당울산시지부 회의실에서 개최하려고 했던 공개토론회 마저도 당사자인 라넷에 공개 참여를 제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지돼, 급기야는 토론회 자체가 무산, 파문은 더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확대됐다.
<밥,꽃,양>의 제작진 '라넷'은 "당사자는 물론 관련단체들이 배제되는 공청회를 준비했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것은 "지금까지 사태를 왜곡시키며 호도해온 태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판단"으로 불참 의사를 밝혔던 것이다.
이에 대해 공개토론회를 준비했던 민주노동당 울산시지부 신인숙 교선실장은 "공개토론회와 라넷 주최의 <밥,꽃,양> 공개상영회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토론회를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해명하고 "민주노동당 울산시지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밥,꽃,양>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은 영화제 집행위원회 측과 같다"고 밝혔다. 즉, 이번 사건에 외압은 없었으며 사전검열을 강행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7일 공식 성명을 통해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인권과 평화를 위한 울산영화제 조직위원회에 참가하지 않고 후원만 했다 △영화제 조직위원회의 운영에 문제가 있었다 △노동운동을 비롯한 진보운동의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는 사전검열 논란 뿐 아니라 '운동진영의 내부적 자기검열 논란'이 일었다는 데 더 큰 심각성을 주고 있다. <밥,꽃,양>에 대한 활발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노혜경(부산대학교 국문과 강사) 시인을 비롯한 각 단체의 논객들은 이번 문제가 단순히 영화제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울산지역의 정치상황이 고려된 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라넷측이 심의 거부의 원칙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이전에도 <밥.꽃.양>과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다큐멘터리 <평행선>이 현대자동차노조의 항의와 반발로 논란을 겪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민주노동당 중앙당도 지난달 5일 문화개혁시민연대, 한국민족예술인연합 등 10여개의 단체와 공식성명을 내고 "<밥,꽃,양>의 사전시사 요구는 분명한 검열이며, 울산영화제 조직위원회에 속한 모든 단체들은 영화제 파행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하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 7일 라넷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울산영화제 상영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불거진 이 사태는 지금까지 1백여 건이 넘는 성명서와 관련 글이 발표되는 등 뜨거운 논쟁을 거치며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한 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지안mulu@kdlpnew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