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홈페이지(www.sarangbang.or.kr) 게시판에서 퍼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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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을 바라보는 쓸쓸함 하나
노혜경 씨의 <인권운동사랑방을 바라보는 쓸쓸함 하나>에 답한다
'밥·꽃·양 사태'에 대한 우리의 내부적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울산의 관련단체 사람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우리의 시도는 일단 큰 어려움에 부딪쳤습니다. 지난 10월 25일 오후 4시 30분 라넷 측이 인권운동사랑방의 면담요청을 최종적으로 거부해온 것입니다. 라넷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통첩을 보내왔습니다. (마지막 단락을 그대로 전재)
"누가 인권운동사랑방에게 이번 일을 조사할 권한을 주었습니까?
우리는 인권운동사랑방의 면담 요청을 거부합니다.
그리고 이번 일과 관련된 인권운동사랑방의 움직임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같은 날 밤 10시 40분에 노혜경 씨의 <……쓸쓸함 하나>가 인권운동사랑방 게시판에 올라왔고, 다음 날 오후 4시 13분에는 <그대들이 무슨 권리로!!!>라는 기유정 씨의 격렬한 비난이 올라왔습니다. 울산 '밥·꽃·양 사태'와 관련해 이제 바야흐로 인권운동사랑방에 공격의 화살이 쏟아지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우리는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서 참으로 두려움과 우려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많은 네티즌들이 의혹을 제기합니다. 의혹 가운데엔 억측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그 억측을 받아 다른 네티즌이 그것을 다시 사실인 양 단정해버립니다. 예를 들어 (울산 영화제 주최측이 사태를 수습(무마?)할 목적으로 개최하려고 했다는 공개토론회에) "인권운동사랑방이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는데…"가 어느새 "은밀히 공청회를 준비했다"로 변해 있는가 하면 "인권의 문제는 쌍방의 말을 들어서 절충할 문제가 아니며,"는 "인권운동사랑방이 중재활동에 나섰음을 알게 되었습니다"로 비약되기도 합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공청회 계획에 간여한 일도 없으며 전혀 '중재'할 의사도 없음을 여러 차례 천명했음에도 억측과 단정은 게시판에 계속 난무하고 있습니다.
자유게시판이 소수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공간이라는 말을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수긍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입을 조금이라도 잘못 벙긋해도 온갖 억측과 왜곡이 난무하고 심지어는 난도질당할 수가 있다는 두려움은 우리에게 말을 아낄 것을 강요합니다. 우리의 내면의 고민이 침묵을 수반할 경우 그 침묵은 '가해자'와의 공모로 간주되고,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나름의 노력은 불순한 음모로 매도됩니다. 자신이 퍼부었던 매도가 사실에 대한 오해에 입각한 것이었음을 알게 된 후에도 상대편에게 사과를 하는 네티즌은 대체로 보이지 않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인권영화제를 아끼고 사랑합니다. 지난 세월 험난한 시련을 뚫고 지켜온 인권영화제는 우리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인권영화제를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 또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좋든 싫든 '인권운동사랑방의 그림자'(노혜경씨의 표현)가 울산영화제에도 '어른거리'(노혜경씨의 표현)지 않을 수 없는 객관적 이유일 것입니다.
1996년부터 시작한 인권영화제는 한편으로 극심한 탄압과 싸우면서도 온갖 고초를 겪으며 어렵사리 들여온 값진 인권영화들을 지역과 나누려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해마다 서울에서 치르는 인권영화제만 해도 지옥 같은데, 바로 뒤이어 약 10개 지역의 인권영화제를 지원해주는 고달픈 일을 5년 동안 해온 것입니다. 이 고생의 대가로 우리가 지역에 대해 바란 것은 사전심의 압력과 꿋꿋이 맞서 인권의 원칙을 지켜줄 것,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하면서도 재정을 마련함에 있어서 '수상한 돈'은 받지 말 것, 외국 배급사들과의 계약과 신의를 지키기 위해 작품을 복제하지 말 것, 그리고 하나를 더 보탠다면 질적으로 영화제의 수준을 유지해줄 것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원칙들을 지키기 위해 지역 단체들과 '공동주최'라는 형식을 채택해왔지만 물론 이런 우리의 요청이 언제나 잘 지켜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서울에서 지역에 대해 부당한 간섭을 한다"는 식의 항의를 받기가 일쑤였던 것입니다. 지역에서의 인권영화제야말로 우리에게는 바로 '뜨거운 감자'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가 해마다 가을에 개최해온 인권영화제를 봄으로 옮기기로 결정한 것은 작년 제5회 인권영화제가 끝난 직후였습니다. 9월부터 연말까지 열리는 정기국회 기간에 인권단체로서의 고유의 업무가 폭주해 영화제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과도기인 올해는 과거에 상영했던 작품의 회고전으로 기조를 잡고 아주 조촐하게 영화제를 치르면서 올해를 내년 봄부터 새출발 할 6회 이후 인권영화제를 대비하는 '휴식년'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7월경에 주요 지역 단체들에게 이런 취지를 알리면서 올해만은 우리에게 (공동주최를 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함께 휴식을 취해주든지 아무래도 개최해야 한다면 '인권영화제'가 아닌 다른 명칭을 사용해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8월 23일 경에도 공문으로 발송되었습니다. 물론 울산인권운동연대도 이것을 받았습니다.
울산에서 '인권영화제'가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전 대표가 울산인권운동연대 최민식 대표에게 '인권영화제' 명칭 사용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은 지난 8월 28일 경이었습니다. 물론 '밥·꽃·양 사태'가 발생하기 전이었고 그 영화가 울산에서 상영된다는 시실 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최민식 대표는 이 요청을 거절했고 사랑방과 울산인권운동연대 사이의 '긴밀한 유대'(노혜경씨 표현)에 상처가 생기는 결과로 끝났습니다. 제2회 울산 인권영화제 홈페이지에는 인권운동사랑방의 인권영화제와 울산 인권영화제가 같은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 만한 글이 실려있었습니다. (울산인권영화제 소개) 며칠 후 우리는 서울에서 개최되는 인권영화제와 울산인권영화제가 무관한 행사임을 널리 공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밥·꽃·양 사태'가 터진 것입니다. "라넷이 상영 거부 의사를 표명했을 때 사랑방이 제일 먼저 취한 행동이 양측으로부터 다 거리를 두는 일이었다"는 논평은 간단한 사실확인작업도 거치지 않고 쏟아낸 근거 없는 억측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준식 전 대표는 9월 6일 오전 1시 40분 경에 수신된 라넷 서은주 씨의 메일을 6일 낮에 열어 보고 처음으로 '밥·꽃·양'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7일에 다시 서은주 씨의 메일이 도착했고 거기에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제2회 울산인권영화제 상영을 거부합니다>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습니다. 충격적이었습니다. 서은주 씨의 괴로움이 그 글에 베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리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고 우리는 막연히 '울산의 양식'이 문제를 무난히 해결해내리라 낙관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그 공개 문서에는 '울산인권영화제'와 '인권영화제'가 엄밀한 구별 없이 마구 혼용되어 있었으며 무심코 읽을 경우 라넷의 공격대상이 울산인권영화제인지 아니면 인권영화제 전체인지를 분간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바로 양자가 무관한 행사라는 점을 밝히는 한편 라넷 측에도 이 부분을 분명히 해줄 것을 요청했고 라넷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런 조치는 하나의 단체로서 당연히 취해야 할 조치였다고 확신합니다.
울산인권영화제가 9월 7일 그 명칭을 <인권과 평화를 위한 울산영화제>로 변경하기로 결정한 자세한 경위에 대해 우리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밥·꽃·양 사태'가 돌발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이 점에 대해서 노혜경 씨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한)"라넷의 주장에 귀기울여주는 일", "일단 자신의 문제로 받아 안고 고민하는 자세"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노혜경 씨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인권운동사랑방이 이 정도 일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인권단체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권은 우리의 존재이유 그 자체이며 아무리 무력하고 못난 인권단체라 할지라도 많은 인권 피해자 '주장에 귀기울여주'면서 그들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 안'을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우리가 안타깝게도 능력 부족 혹은 판단 실수로 인권 피해자에게 아무런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마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9월 7,8,9일 경에 서준식 전 대표는 라넷의 서은주 씨로부터 세 차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모두 상당히 긴 통화를 했으며 들을 만한 '피해자의 호소'는 일단 다 들은 셈입니다. 이런 호소를 접수하는 경우 인권단체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피해자'가 위험한 상황에 있다면 그 '피해자'를 긴급하게 보호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서 전 대표는 라넷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에는 노혜경 씨 지적대로 "울산인권영화제 측이 어떤 점에서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밝히는 일"이 우리가 해야하는 일이었습니다. '밝히는 일'은 당연히 사태의 객관적 파악 즉 '조사'를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이 일은 당장 여의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우선 울산인권운동연대는 이미 앞뒤를 못 가릴 정도로 경황이 없었을 뿐 아니라 영화제 명칭문제를 두고 인권운동사랑방과는 상당히 껄끄러운 관계에 들어가 있었던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인권운동사랑방의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특정 NGO들을 노골적으로 배제하는 국가인권위원회 기획단과의 갈등이 절정에 달하는 가운데 심신이 피폐한 서 전 대표가 사임을 했고 그 여파가 사랑방 전체 활동가에게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었던 시점이었습니다. (이는 곧 이광길 활동가의 사임으로 이어졌습니다) 서 전 대표는 서은주 씨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당장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런 사정을 설명하면서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사전심의'냐 아니냐를 둘러싸고 주장이 갈라져 있던, 그리고 영화를 다시 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주장이 있었던 초기 국면에서 라넷이 위험에 처해 있지 않다는 조건에서 사랑방이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사태를 관망하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결코 '기회주의'가 아닌 '신중'이었으며 바로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서 잠시 이광길 활동가 문제를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노혜경 씨는 "사랑방 측의 여러 활동가들의 글이나 행보를 눈여겨보건대, 인권운동사랑방이 지닌 인권운동에 대한 접근이 어딘가 미묘하게 잘못된 것이 아닐까라는 의심을 하게 만든다"고 전제하면서 그 근거로 이광길 활동가의 사례에 상당히 길게 언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로서 9개월 정도 머물렀던 이광길 씨는 사랑방에서 가장 격무라고 할 연대사업과 인터넷 게시판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사랑방의 분위기와 활동방식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임의사를 밝힌 것이 울산에서 '밥·꽃·양 사태'가 들끓기 시작한 무렵인 9월 10일이었습니다. 결국 그의 사임은 9월 19일에 확정되었고, 그가 진보넷 열린 칼럼에 쓴 문제의 글은 사임 다음 날인 9월 20일에 발표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광길 씨의 칼럼은 진보넷의 요청에 따라 개인적으로 써오던 칼럼이며, 인권운동사랑방과 사전논의를 거치는 글은 아니었습니다.
사정이 이와 같아 노혜경 씨가 이광길 활동가를 '사랑방 활동가'로 오인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노혜경 씨가 이광길 씨 사례 하나를 가지고 "사랑방 측의 여러 활동가"로 확대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인권운동사랑방이 지닌 인권운동에 대한 접근"을 포괄적으로 문제삼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활동가의 명예를 위해서도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인권운동사랑방이라는 단체의 명예를 위해서도 노혜경 씨가 "여러 활동가"라는 말로 누구 누구를 지칭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인권운동사랑방의 인권운동에 대한 접근이 무엇이 문제인지를 밝혀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일상적으로 많은 인권 침해사건을 안고 어쩔 수 없는 능력의 한계 내에서 움직여야 하는 우리는 때때로 그 위험성과 긴급성을 기준으로 사건 처리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냉철하게 말한다면 '피해자'(라고 지목되는 사람- 이하 같음)가 월등히 우세한 가해자의 힘에 의해 궁지로 몰려 있거나 신체적 위험에 처해 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움직이기(action)에 앞서 우선 우리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사태파악(조사)을 하는 것은 인권운동의 기본이라는 것입니다.
'밥·꽃·양 사태'와 관련해서 우리는 아직도 너무도 많은 것이 우리에게 불분명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예를 들어 서은주 씨가 9월 6일에 서준식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에는 분명히 현대자동차 노조 쪽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울산영화제 측이 말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9월 7일에 발표된 <…상영을 거부합니다>에는 "출처도 밝히지 않은 채, 어떤 문제제기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사전에 작품을 보자고 한 결정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 '문제제기'의 성격에 따라서는 한 번 보고 결정하자는 이야기는 전혀 '검열'이 안 될 수도 있는 까닭에 우리는 이 점에 대해 라넷을 비롯한 여러 단체에게 분명히 듣고 싶은 것입니다.
또한 이번 사태는 서울에서 살며 일하는 우리 상식에 비추어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음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울산의 운동'을 이해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런 '감각'을 도외시하고 행동으로 나서는 일이 두려운 것입니다. 한 쪽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고 다른 쪽은 온갖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이런 상황에 인권단체로서 오히려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그 많은 글, 글, 글. 진지해 보이는 이야기도 있고 황당해 보이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는 솔직히 그 어느 것을 얼마만큼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것입니다.
우리가 희망하는 조사가 큰 벽에 부딪칠 때 차라리 입다물고 팔짱끼고 있고 싶은 충동이 고개를 쳐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인권운동사랑방은 어차피 '밥·꽃·양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인권영화제는 이미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상태이고 인권운동사랑방은 표현의 자유 문제에 잘못 대처했다는 자책감에서 오래도록 벗어난 수가 없을 것입니다. '밥·꽃·양 사태'는 언젠가는 북적거리는 게시판에서 모습을 감추겠지만 인권운동사랑방에는 쓰라린 회한으로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내부적 입장을 정리하기 위하여 '밥·꽃·양 사태'와 관련된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려는 우리의 시도가 왜 그토록 극성스럽게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가 여전히 우리에게는 미스터리입니다. 라넷은 말합니다.
"누가 인권운동사랑방에게 이번 일을 조사할 권한을 주었습니까?"
우리는 우리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았다고 만천하에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왜 조사를 하는데 권한을 부여받아야 합니까? 모든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무엇이든 조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것을 막거나 비난하는 것이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왜 모릅니까? 폭력이라는 사실을 왜 모릅니까? 게시판만을 사용해서 사태를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도 물론 이해할 수 없습니다. 왜? 누가 무슨 권리로 우리에게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것이 폭력이라는 사실을 왜 모릅니까? 당연히 우리가 인터넷 게시판에서의 의견 표명이나 정보교환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은 사태 파악을 위한 (유력하지만)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뿐입니다. "이미 열려 있는 공론의 장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사람들을 만나야 문제를 이해하는가?" 노혜경 씨의 이런 주장은 분명히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의 판단으로는 그 '검열 영화제' 게시판 공간은 열려 있는 것이 아니라 닫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의 대화의 장이라기 보다 소수의견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과 공격의 장이라는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게다가 직접 면담이나 현장 조사 등 방법은 인터넷을 이용한 대화가 갖지 못하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입니다.
노혜경 씨는 그 글 마지막 부분에서 사람을 직접 만나는 조사방법의 폐단을 열거합니다. 그러나 노혜경 씨의 그 부분 설명은 거의 억측과 불합리한 단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이 공청회 방식의 문제해결을 지지하고 있음은 명백해 보인다"(밑줄 -사랑방) 그리고 "사랑방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울산의 관련단체들과 만나 이야기를 듣겠다고 말하고 있는 바, 이 또한 공청회 방식을 선호한다는 의미라고 해석된다"(밑줄 -사랑방)
인권운동사랑방은 토론회나 공청회를 '은밀히' 준비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준비할 생각도 한 바 없음을 여러 번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토론회나 공청회를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으며, 그것 역시 '열려 있는 공론의 장'의 한 형태로서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는 바입니다.
"자신들에게 익숙한 특정한 사람들의 말에 더 가치를 부여하려는 무의식적인 패거리주의를 드러낸다고 느낀다."(밑줄 -사랑방)라는 부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굳이 '무의식적'이라고 수식어를 붙인다면 우리가 패거리주의에서 자유롭다고 강변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사람은 누구나 '무의식적 패거리주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노혜경 씨 자신도 예외가 아님을 아셔야 할 것입니다. 문제는 인간이면 누구나가 가진 그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공정하게 진행할 강한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며, 얼마나 객관적인 조사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물론 울산인권운동연대가 한국의 인권운동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그 활동가들의 열성과 헌신성을 인정하는 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조사함에 있어서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그 조사는 울산인권운동연대에나 인권운동사랑방에나 공멸의 길 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으로부터 '패거리'라는 비난을 받든 말든 공정한 조사를 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쏟을 것이며, 울산인권운동연대의 잘못한 부분을 가려내어 준엄하게 비판할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을 매장하기 위하여 비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뼈아프게 뉘우치면서 각고의 노력을 거쳐 더욱 큰 존재로 일어서 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입니다.
노혜경 씨는 또한 다음과 같이 근거 없는 단정 혹은 억측을 하고 있습니다. 즉 "인권문제는 쌍방의 말을 들어서 절충할 문제가 아니며, 주장의 타당성과 태도의 철저성을 따져야 할 문제…"라는 주장을 보면서 우리는 노혜경 씨가 한 인권단체에 대하여 인권운동 수칙의 ABC를 훈계해보고 싶은 것이라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너무도 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하여 노혜경 씨는 인권운동사랑방이 이번 사태를 '절충'하려 하고 있다고 터무니없는 단정을 하고 있습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조사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단 한 번이라도 '절충'하겠다거나 '중재'하겠다고 말한 일이 있었다면 노혜경 씨는 그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쓸쓸함 하나> 말미에서 노혜경 씨는 다음과 같은 위험한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나는 인권운동사랑방이 사건의 당사자들을 만나서 들어보자는 요구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 발상 자체에도 문제의식을 느낀다. 그 이야기는, 자신들의 입장표명이 다른 네티즌들의 그것과는 특화(차별화? -사랑방)되어야 함을 스스로 주장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이미 관련당사자들이 되어버린 수많은 네티즌들의 알 권리를 중간에서 대행하겠다는 발상이 아닐까?" (밑줄 -사랑방)
노혜경 씨는 '특화'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인권운동사랑방이 당사자들과 만나 직접 조사할 경우 게시판에 올라오는 주장들과는 뭔가 특별하게 다른 것이 나오리라는 점을 예상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선 지적해둘 것은 그것이 어떻게 특별하든, 한 단체만이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체, 개인 등이 각각 혹은 함께 진행한다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인권운동사랑방만이 직접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건이 허락하고 그만한 열성이 있다면 누구나 (네티즌들도!) 그런 조사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사태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에는 게시판은 커다란 한계를 안고 있다는 인식에서 나오는 믿음입니다. 따라서 사랑방은 노혜경 씨 주장처럼 "특화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 분명히 아닙니다.
다음으로 '뭔가 특별하게 다른 것'이란 ①색다른 것 ②질적으로 높은 것 ③질적으로 낮은 것 ④별반 다르지 않지만 사랑방의 주장만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 등을 예상할 수 있는 바, 우리는 ①과②는 네티즌에게 색다른 시각과 질적으로 높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네티즌의 알 권리의 신장에 기여할 것이고, ③은 네티즌이 바보가 아니라면 게시판 속에서 금방 도태될 것이고 ④는 네티즌들이 그저 사랑방의 주장으로서 덤덤하게 대해주면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하등 심각한 문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노혜경 씨는 도대체 무엇을 우려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노혜경 씨가 우려하는 것은 인권운동사랑방이 네티즌과 동등한 조건에서 겨루는 '페어 플레이'를 기피하고 자기만 특별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의 위험성은 불을 보듯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노혜경 씨의 머리를 지배하는 관점은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세'를 더 얻을 것인가라는 관점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관점은 찬반이 살벌하게 대립하는 큰 이슈를 둘러싸고 이성적인 지식인마저도 쉽게 휩쓸릴 수 있는 반이성적인 관점인 것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에의 접근'임을 모든 사람이 명심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마지막으로 노혜경 씨는 "이미 관련당사지들이 되어버린 수많은 네티즌들의 알 권리를 중간에서 대행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알 권리'를 어떻게 해석하시는지 다소 모호한 느낌은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왜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그리고 그 결과를 보고서로 만들어 발표하는 일이 "네티즌들의 알 권리를 중간에서 대행"하는 것이 되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거듭 말하거니와 우리는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나설 수만 있다면 책임 있게 직접조사에 나서야 하며, 그 결과를 일반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조사 결과를 네티즌에게 제공함으로써 그 공정성을 네티즌들로부터 평가받고자 합니다.
글을 맺으면서 다시 '게시판'에 들어가보았습니다. 게시판에는 이제 적나라한 적개심만이 남아 있습니다. '밥·꽃·양 사태'는 도대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글을 맺으면서 다시 게시판에 들어가 본 것을 잠시 후회합니다. 마치 보아서는 안 될 것을 본 기분으로 게시판을 닫습니다. 쓸쓸함 하나가 지나갑니다.
2001년 10월 28일
인권운동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