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라넷 상근자는 아니고
운좋게도 이 영상물을 먼저 볼 기회가 있었던 사람입니다
밑에서 임인애 감독님도 쓰셨듯이
이 영상물은 몇번에 걸쳐 여러가지 버전으로
세미나라든지 발표회를 가진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중 두번정도 볼 기회가 있었고
그 자리에서 감독님의 설명을 들어서
조금더 그 상황을 알수 있었습니다.
또한 평행선 상영회를 갔었고,
인권영화제에서 '열대야'를 상영하길래 그것도 보았습니다.
아래 쓴 글을 보니 빨간 조끼와 초록티와
중간에 굴뚝에서 인터뷰한 내용에 대해 물어보는 내용이 있길래
아는대로 우선 써봅니다.
초록티는 사수대들입니다.
사수대가 뭔지는 다 아시죠?
그러니까 파업을 하면서 자위대라고 해야되나?
밤낮으로 공권력과 대치해서 보초(?)도 서시고
침탈이 오면 제일 앞에서 싸우고
그런 일을 맡아서 하시는 분들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본 바로는 김광식 위원장은 주로 빨간 조끼들에
둘러싸여서 다니더군요
보디가드에 둘러싸인 조직의 보스답게요...
98년도 여름 투쟁에서 사수대를 하신 분들은
굉장히 열성적이고, 그만큼 분노도 크고
암튼 조합원들 중에서도 가장 분기탱천하고 혈기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 일이 별로 없었다죠
며칠전에 나왔듯이 관리자들이 공장을 돌리겠다고
삐질삐질 내려올때 달려갔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사수대가 관리자들에게 달려들자
빨간조끼가 와서 말리잖아요
'통제에 따라주세요, 좀' 하면서요
빨간조끼는 어떤 분이 대답하셨듯이 조합간부입니다.
그러니까 참 웃긴 상황인데
가장 혈기 왕성한 조합원 집단을 초록티를 입혀서
한곳에 모아놓고는
빨간조끼 입으신 분들이 통제를 한거라고 해야하나요?
돌발 상황을 온 몸으로 막으면서요...
이 장면은 '열대야'에도 나오더군요
아마도 소제목이 '빌미'라고 붙어 있었죠
빨간조끼가 이야기 한 내용의 요약이 바로
'회사에 빌미를 주는 돌발행동은 삼가하자'는 것이었죠
흠, 그렇구요
밤장면은 조금 헷갈리는데 제 기억에 8월 21일인 것 같습니다.
위원장이 처음으로(?) 정리해고 수용을 발표한 그날밤
집회는 갑자기 아수라장이 되고
조합 앞으로 몰려간 사람들은
조명하나 없는 곳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하나씩 개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김광식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대의원들을 통해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고
조합원들은 '말해도 안 올라간다'고 응수했었죠
모두들 '안을 철회해라' '우리는 준비 다 됐다, 너거들 준비 안됐냐'
그렇게 외쳤지만
결국 8월 24일 위원장은 회사측과 노무현등
중재위원회가 모인 자리에서
합의안에 사인을 하고 악수하고 사진찍고 그랬습니다.
제가 본 영상 중에는 그날 아침 위원장이 사인하러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서 전경들에게 둘러싸여 모습은 보이지도 않은채
'위원장님 안됩니다'라고 절규하는 여자 목소리만이
들리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8월 24일은 김대중이 취임 1년이 되는 날이었다죠...
노란옷 입은 굴뚝위의 아저씨는 정갑득 위원장입니다.
8대 위원장이 되었고(김광식 다음이죠),
6대 위원장이기도 했습니다. (묘하죠?)
굴뚝에는 전 위원장과 지도부 몇몇이 결사 항전을 다짐하며
올라가 있었습니다.
정갑득이 핸드폰이 있고 서울에도 선수를 세워놔서
정보가 아래보다 빠르다고 하지요.
정작 아래에 있는 조합원들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답니다
정부 중재단이 도착을 하고
도대체 협상을 하고 있는건지 뭔지
공권력이 오늘 들어오나 내일 들어오나 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대기중인데
집회 구호는 '끝까지 싸우자'고 계속 똑같은데
뉴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심상치 않은거죠
뉴스에서는 계속 '곧 타결된다'고 말하고 있으니...
그들은 정말 혼란스럽고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었을겁니다.
뭐랄까,
저는 이 영상물들이 처음이 아닌데도
볼때마다 심장이 뛰고 열이 솟고 가슴이 메이고 그렇습니다
'한 편의 영상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장면을 100번도 넘게 본다' 던
감독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이 영상물들은 모두 이렇게 장면 장면을 100번도 넘게 보면서
되씹고 곰곰히 따져보고 느끼면서 만든
작품이라는 걸 알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