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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진실을 밝히는 영상보고서 [밥 꽃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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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실을 밝히는 영상보고서 [밥 꽃 양]


98년, 현자노조의 ‘정리해고 반대투쟁’은 그 해 여름보다 더 뜨거웠다. 그러나 결과는 정리해고를 받아들였고, ‘밥’하는 아줌마들의 처절했던 정리해고 반대투쟁의 ‘꽃’들은 뒷전으로 밀려 희생의 제물, ‘양’이 되고 말았다. 이 땅에 노동의 역사가 존재하는 한 다시는 없어야할 비극 [밥·꽃·양]은 이렇게 태어났다.
96년 ‘고요한밤 거룩한밤’에 노동법 날치기 통과 이후 97년 IMF정세는 98년 김대중 정권으로 이어졌다. 김대중 정권과 자본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구조조정 상황 첫 표적으로 현대자동차를 택했고 정리해고를 통보했다.
현자노조는 정리해고 원천무효를 외치며 파업에 돌입했다. 김광식 위원장은 관을 짜놓고 정리해고를 반드시 철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이헌구·윤성근·정갑득 전 위원장들은 굴뚝에 올라갔다. 이것이 내가 알고 있는 98년 현자노조의 ''''정리해고 철폐'''' 파업돌입 시대상황이다.

줄거리
『영화는 당시 식당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모습, 농성중인 식당아줌마들로 시작한다. 이어 공장을 지키는 사수대들, 현자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장면들이 나오고 그 뒤안길에서 ‘식수공급 중단’이 나돌자 아줌마들은 “먹어야 싸울게 아니냐!” 하며 식수를 받아놓는 등 식당아줌마[밥·꽃]들의 처절한 투쟁장면이 펼쳐진다. 그러나 36일간의 총파업투쟁은 중재단이 나서고 김광식 위원장이 정리해고를 받아들이고 집행부가 277명 정리해고에 합의함으로써 끝난다. 하지만 그 277명에 포함된 식당아줌마들 144명은 천막을 차마 걷지 못한다. … 2000년 1월, 아줌마들은 노동조합에 신분보장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다.』

이 영화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 하나,
정몽규 회장과 김광식 위원장의 악수모습, 중재에 나선 노무현씨가 박수치는 장면이다. 거기서 그가 “이번 타협을 계기로 노동운동 노선의 수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이란 말을 할 때의 희한한(?) 표정과 주위 자본 쪽의 번들거리는 모습은 자본이 이겼다는 ‘회심의 웃음’이었고 앞으로 펼쳐질 ‘노동자의 처참함’을 예고한 역사에 기록될 장면이었다.
또 단식으로 중태에 빠진 아줌마들이 병원차에 실려 가는 것을 노조간부들이 거들려 하자, 한 아줌마가 “손대지 마라! 니들이 뭔데 손대노! 따라오지 마라!” 하며 울먹이는 모습, 노조사무실에 들어가 “차라리 쥑이라! 다 쥑이라!” 하고 절규하는 장면엔 ‘밥·꽃’들이 ‘양’으로 되어야 했던 서리서리 맺힌 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처참한 장면들을 표현하자면 “첫 단추를 한 칸씩 내려 끼웠다. 마지막 단추가 된 아줌마들은 끼울 구멍이 없어졌다” 이렇게 말해야 할까? 아님, “큰 뚝은 이미 무너졌다. 누군가가 무너져야 한다. 작은 뚝들은 서로 무너지지 않으려고 버둥거리다 제일 힘없고 만만한 뚝(식당아줌마들)을 보고 ‘야! 너희 뚝이 무너져!’ ” 이렇게 된 건가? 이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밥·꽃·양]이 된 아줌마들을 비롯해 많은 여성들로부터 오늘의 노동운동은 ‘가부장적’이란 말을 들어도 싸다.
‘먹어야 싸울게 아니냐!’는 한 아주머니의 말처럼, 노동의 원동력이 되는 ‘밥’, 그 밥을 다루는 누구보다 대접받아야 할 ‘밥노동’이 오히려 버림받는 아이러니를 바로 이 영화는 고발한다.
흔히 노동운동은 ‘계급투쟁’이라 한다. 평등을 위해 싸운다는 말이다. 그 평등의 원칙을 위배한 오늘날 대기업 위주의 노동운동을 고발한 영상보고서가 바로 [밥·꽃·양]이고, 아마 임인애 감독을 비롯한 라넷 제작팀은 노동운동의 밑바탕인 평등 원칙을 벗어난 오늘날 한국의 조합주의 노동운동을 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이 영화는 다른 ‘다큐멘터리’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해설 한마디 없이 영상자료로만 편집되어 있다. 평가는 철저히 대중에게 맡기도록 제작된 영화이다.
하기야 영상자료 한 컷 한 컷이 현자투쟁 당시의 실제상황이며, 모든 진실을 담고 있는데 무슨 해설이 필요할까.
올 초 부평에서 시작된 정리해고는 이 땅 곳곳에 정규직, 비정규직 가리지 않고 수 없는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았다. 가까이는 화섬계통의 효성, 태광 노동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목 잘리고 있다. 이것은 바로 98년 현자투쟁에서 태어난 [밥·꽃·양]의 진행형이란 말에 다름 아니다.
영상보고서 [밥·꽃·양]은 날로 조합이기주의로 바래져 가는 오늘의 노동운동에 대한 철퇴이며 평등의 원칙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운동의 방향을 제시한 게 아닌가 싶다.
삼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밥·꽃·양]을 제작한 임인애 감독과 라넷 제작팀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이 영상보고서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끝으로 한마디, 사업장 치고 식당노동자 없는 곳은 드물다. 그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고 언제 어느 때 목 잘릴지 모른다. 설령 ‘밥·꽃’이 될지언정, 다시는 ‘양’이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모든 노동자에게 주어진 사명이며 과제일 것이다.

편집시간 2001년 10월 30일 11:18 [울산노동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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