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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 밥꽃양 . . .
Name 퍼옴 [hunnie92@hanmail.net]
Subject 밥꽃양... / 당근


언니네 > 자기만의 방 > 웅크리고 잠들다, 에서 퍼왔습니다.
비공개 게시판인데 허락해 주셨습니다.
당근 님이 쓰신 글입니다.

*

<b>밥꽃양... </b> 2002년 3월 31일

처음 시작부터 계속 울었다, 그 어눌한 말투로 힘겹게 자신의 얘길 풀어내던 아주머니의 클로즈업 된 얼굴이 체념에 찌든 웃음을 억지로 지으려 하다가 입을 일그러뜨릴 때부터.

그렇게 자기 아내가 힘들게 일하고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데 남편이라는 인간이 잠자리를 요구해놓곤 한다는 소리가
짐승만도 못 하다, 감정이 없다, 목석 같다, 이런 것도 이혼 사유가 된다는 소리를 하나.

남자 노동자들의 가족들은 가족 대책위라는 걸 꾸려서 애들까지 데리고 천막농성장으로 오는데

식당 아줌마들의 남편들은 끝까지 얼굴 한 번 비치지 않았다.

감독의 말로는, 사측이 식당 아주머니들의 집에 전화를 해서 당신 부인이 농성하는 줄 아느냐, 바람 피고 있다 는 소리를 해대서 집으로 끌려간 아주머니들이 여럿 있었다는 거다.

얼굴에 기름이 번지르르하던, 단결을 외치던 노조 위원장.

모두를 위해서 아줌마들이 희생하라고 아줌마들을 설득하러 온,
기자 회견장에서 역시나 기름이 번지르르한 다른 정치인들의 손을 몇 번이고 잡는 사진을 찍으며 웃던 그 노조 위원장.

노사 간의 평화를 지랄 같이 입에 물던 노무현.

아주머니들만의 외로운 복직 투쟁이 시작되었을 때 끝까지 입에 발린 말만을 해대며 외면하던 남자 노조 대위원들.

그 사람들은 아주머니들이 마침내 천막을 포기했을 때 천막의 비닐들을 벗겨내고 부쉈다, 아주 속시원하다는 듯이.

그 부셔져 가는 천막 한 귀퉁이에서 망연자실한 얼굴로 앉아 있던 아주머니들.

단식 투쟁하면서 먹고 싶은 음식들을, 식단을 하나 하나 입으로 불러보던 그 아주머니들,
웃으면서 말하다가도 어느 순간 입에 고인 군침을 혓바닥으로 쓸어낼 때 난 얼마나 부끄러웠던가.

단식에 지쳐 하나둘씩 병원에 실려가게 되었을 때, 끝까지 병원은 안 간다고 힘없는 팔만 휘휘 젓던 아주머니와
그래도 살아달라고 그 아주머니를 껴안고 통곡하던 다른 아주머니.

앰브란스가 나가는 날, 앰브란스 앞에 모인 남자들에게 뭐 구경 났냐고 소리소리 지르고 만지지 말라고 떼어 놓던 운영위원장, 그 길로 노조 사무실로 달려가 "다 굶겨 죽여라"하고 오열하던 그 아주머니를 남자 하나가 밖으로 안듯이 끌어내어 계단 쪽으로 쫓았지.

그렇게 그렇게 그녀들은 버려졌다.

얼굴이 따갑도록 눈물을 흘리고 그걸 쓸어내릴 생각조차 못 하면서도

내가 얼만큼 더 눈물을 흘리더라도 결코 갚을 순 없을 거라고, 저 아주머니들이 흘린 눈물을 절대로 난 갚을 수 없을 거라고 되뇌었다....그녀들이 쓰러지고 있었을 때 나는 학교를 다녔다. 그녀들의 일은 모른 채...학교에 붙던 대자보에도 그녀들의 얘기는 없었었다...

감독과의 대화에서, 정리해고 277명이라는 애매한 숫자가 나오게 된 이유를 들었을 땐 더 기가 막혔다.
이미 협상 전에서부터 식당 아주머니들은 하청화 시킬 계획이었다고,
그래서 식당 인원 276명에 남자 한 명 끼워 넣어서 정리 해고 시키려고 한 거였는데
투쟁 과정에서 빠져 나가고 남은 식당 아주머니들 숫자가 144명이자 할 수 없이 남자 133명을 더 정리 해고 시킨 거라고.

그래서 원직복직 얘기 나올 때 133명만 된 거지 아주머니들은 버려졌다고.

지금 아주머니들은 회사측의 제시안
-식당은 다시는 정규직화 못 시키니 정 정규직 노동자가 되고 싶으면 생산라인 다른 잡일 보는 쪽으로 들어가든지/ 그냥 하청으로 식당일 하는 대신 월급을 조금 더 올려주든지/아니면 갤로퍼 공장 식당은 아직까지는 정규직이니 거기 2 자리 났으니 그리 가든지-
에 따라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너무나 지쳤다고, 그래서 이렇게 큰 규모의 상영은 이 번이 마지막이라고, 상처 입은 얼굴로 말하던 감독들,
진보 운동의 희망을 말해달라던 질문에 "희망은 없습니다"라고 결연히 말하던 그 감독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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