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들레꽃] 조사,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1. 저는 사랑방이 망설임 끝에 당사자로서 이 사건에 개입하기로 결심한 데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인권운동사랑방의 모든 활동가들을 신뢰합니다.
2. 또한 개입의 방법으로서 진상조사라는 방법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얼마전에 어떤 활동에서 제3의 기관의 진상조사 보고서로 도움을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3. 그러나 진상조사가 언제나 유효한 것일까요?
저는 사랑방이 그동안 운동의 방법으로 취해오셨던 진상조사의 방법과, 지금의 밥꽃양에 대해 하고 계신 진상조사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라넷/평등여성이 거부했던 것이며 지금의 소통이 힘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진상조사의 목적입니다.
직접 밝히신 글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번 사랑방의 진상조사는 인권영화제의 명예라는, 이해당사자로서의 진상조사입니다. 직접 밝히시기 이전에도 작성하신 질문의 범위와 시각을 통해 질문을 받은 사람들로서는 이 점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해당사자로서 진상조사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라넷/평등여성이 질문을 거부하는 것도 당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에 대하여 사랑방이 비난했다는 것은 저로서는 납득이 안갑니다.
둘째, 진상조사자의 신뢰 문제입니다.
위와 관련한 문제인데요, 진상조사자는 분쟁 당사자(?) 양쪽으로부터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진상조사의 권위 역시 이 신뢰로부터 나온다 할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만일 한 당사자측이, 진상조사자가 특정하게 편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해명을 해야 하는 것은 진상조사자인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 거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 않나요.
따라서 사랑방이 "어째서 진상조사에 응하지 않느냐... 나중에 그 부분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 해석해도 할말없는거다"는 식으로 댓구하시고, 심지어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처럼 비난하신 것은 오만하다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지 않을까 합니다. 그럴 수 있는 권위를 갖기에는 사랑방이 현재 신뢰를 확보하고 있지 못합니다.
밥꽃양 사건은 노동/여성/검열 등 하나하나 무겁고 어려운 쟁점이,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건이자, 밥꽃양 사건을 둘러싼 토론과 논쟁은 98년부터 묵은 토론과 논쟁이라서 각각의 연원도 깊습니다. 그런데 사랑방의 진상조사는 분명 한측면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물론, 한측면에 집중한 진상조사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래서, 그에 대하여 왜 라넷/평등여성은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랑방의 활동 범위는 그 한측면을 넘어서 온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다른 기대를 하고 있는 우리들이 그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어쩌면 처음부터 방법이 잘못 선택된 것은 아닐까요.
사랑방에서는 - 성명서에 대한 내용 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 우리 단체에서 낸 성명서 발표가 시기상으로 일렀다고 판단하실 수 있겠습니다.(전체 사랑방의 견해라고 밝혀진 바는 전혀 없습니다만, 몇몇 활동가들께서는 그리 생각하고 계실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진상조사라는 방법을 택하신 것에서 이러한 견해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희가 성명을 냈던 동기는 당시까지 밝혀진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은 밝혀진 사실이 사실이 아님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더구나 일방적인 홈페이지 폐쇄 등 오히려 더욱 책임감 없는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성명서를 작성한 저희 단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거다'라고 기대할 만한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부분은 크게 변한 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세세한 점에서 사실 관계가 불분명한 부분이 있긴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책임은 답변을 요구받고 있는 당사자들의 침묵과 책임 회피에 있으며, 결코 문제를 폭로하고 지금까지 결사적으로 싸워온 라넷에게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사전 시사 요구 자체는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단지 한 작품에 대해서만 사전 시사 요구가 있었다는 겁니다. 저희 단체도 매년 노동영화제를 개최하는 주변에 있기 때문에, 여러 작품 중에 단 한개의 작품에 대해서만 - 그것이 어떠한 명분에 의한 것이었든 - 사전 시사를 요구하고 공식적인 절차를 요구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판단할 정도의 근거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사실 관계보다 더욱 중요했던 것은 이 사안을 바라보는 정치적 입장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98년 이후 기나긴 침묵 끝에, 작고 예기치 않은 계기로, 그러나 어쩌면 필연적으로, 거칠지만 무척 소중한 목소리들이 울리기 시작했는데, 그 의미를 어떻게 살릴 것이냐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게시판에 올라온 어떤 글들이 주장하는대로 정치적 입장이 특정 단체 죽이기를 한 일은 결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누군가가 죽었다면, 누가 죽인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그 단체 스스로 자승자박을 한 것이 아닐런지요. 그 책임을 다른 누가 짊어져야 한다는 말인지요.
따라서 저는 이러한 상황에서 저희 단체가 입장을 내고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사랑방이 (적어도 초기 시기에) 고수하고 싶었던 것은 판단 중지였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감히 비판합니다.
5. 저는 이번 일로 사랑방에 대한 신뢰를 잃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네티즌들의 오해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랑방이 정확히 어떤 입장인지... 솔직히 정확히 파악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위에서 말한 의미에서의 비판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앞으로 신속하고 떳떳하게 분명한 입장을 기대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겠지요? 다음주에 밝히신다는 입장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추신 : 또굳이 부연하자면 저는 '인권영화제'라는 이름은 사랑방의 지적재산권이 담긴 트레이드마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역에서 '인권영화제'라는 이름을 쓰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둘러싼 울산인권연대와 라넷과의 첫 논쟁에 대한 사랑방의 태도가 별로 좋은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는 다음 기회에 따로 토론할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